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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INNO 오피노마케팅 Jan 18. 2022

'왜'는 얼마나 깊어야 할까?

WHY?


모두가 이 단어를 중요하다고 한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질문이기도 하고 효과와 효율을 동시에 잡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심지어 5-why라는 것도 있다. 왜를 알기 위한 질문을 5번 이상 해보라는건데, 그 의미는 충분히 공감된다.


만일, 동료가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동료: “요즘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요.”


그럼, 5-why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나: “왜요?” (첫 번째 why)


동료: “일이 너무 많아서요.”

나: “아, 요즘 일이 많군요. 왜 요즘 일이 많으세요?” ( 두번째 why)


동료: “제가 운영 경험이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제게 일이 몰리는 것 같아요.”

나: “아, 그렇군요. 그 경험이 A님에게만 있나요? 왜 A님에게만 일이 몰릴까요?” ( 세번째 why)


동료: “아마도 경험에 대한 공유가 활발하지 않나봐요.”

나: “아,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럼, 왜 공유가 활발하지 않을까요?” ( 네번째 why)


동료: “공유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갖지 않은 것 같아요.”

나: “아! 그럼, 매주 수요일 점심식사하고 난 뒤에 짧게 30분 정도 서로 프로젝트 사례 공유를 할까요?” ( 다섯번째 why)


하! 멋지지 않은가! 이 완벽하고도 이상적인 대화를!!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런 대화가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5-why를 시도하다가 남일에 관심많은 오지라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크고 갑자기 코칭을 받는 것 같은 A님은 다음부터 나와 대화 나누기를 꺼려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 why라는 걸, 어느 정도의 깊이로 물어봐야(자문도 포함) 할까?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다면 혹은 상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 ‘왜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하는 일이 본인의 task에 7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미디어 CTR을 높이기 위해 소재 AB test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동일 조건에서 B 소재의 CTR이 우수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이제 질문이 따른다. ‘왜요?’


그럼, 이미 AB test로 녹초가 된 가엾은 나는 다시 B가 왜 성과가 더 좋았는지 고민해본다. 이 때, 엄청난 발견을 한다. A와 B의 차이는 폰트의 색깔 차이였다. A소재는 시즌성을 고려한 밝은 색, B는 브랜드 컬러톤을 고려한 어두운색이다. 그럼, 이렇게 답변할지도 모른다. B 소재의 컬러가 브랜드 톤에 맞게 어두운색으로 표현되어 CTR이 더 좋았습니다.. 라고.. 말이다. 


문제가 해결된 것 같으나.. 아쉽게도 질문이 그 뒤를 잇는다. ‘왜요? 왜 어두운 색에서 CTR이 높아진건가요?’


하,, 집에 가고 싶어진다. 


도대체 왜 밝은 색이 아닌 어두운 색을 골랐을까? 5-why로 접근해야 하나?

타겟들이 대체로 어두운색을 더 좋아하나? 

어두운 색이 클릭을 더 자극하나?


자, 지금부터 마케터가 아닌 심리학자로 job을 바꿔야 한다. 이래서 마케터 출신들이 기가막힌 스토리텔러로 성장하는 이유가 있나보다. 


이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꽤 설득력 있는 왜를 찾았다면 그것은 사실인가?

우리가 꽤 설득력 있는 왜를 2가지 이상 찾았다면 그들 중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가 찾은 왜를 사실이라고 믿기에 우리가 한 시도는 충분했는가?

우리가 찾은 왜는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보편 타당성을 가졌는가?


아마도 위 모든 질문에 yes라고 하기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너무 당연하게도 그 왜를 찾는 노력에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A, B 소재 중에 B가 CTR이 더 좋다.’ 이건 사실이다. 둘의 차이는 폰트의 색깔 차이였고 B의 폰트 색깔이 어두운 색이었다. 이건 사실이다. 그럼,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어두운 폰트 색깔이 더 나은 CTR을 만든다.’


시도가 많지 않았으니 가설이라고 정의하고 위의 가설을 증명할 수 많은 시도를 더 해본다. 그럼, 확실히 가설이 사실로 정의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자, 그럼 위 처럼 소수의 실험이나 결과를 통해 가설이 만들어지고 수 많은 가설 확인을 통한 사실이 도출된다. 이 사실을 기반으로 의사결정 프레임을 만들면 우린 더 이상 ‘왜’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수많은 가설이 사실이 되는 건 파편화된 지적자산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말해준다. 


리뷰는 PDP가 디스플레이에 노출되자마자 보여져야 한다. 

구매하기 버튼 우측에 카운트 뱃지가 포함된 리뷰 버튼이 있어야 한다. 

PDP의 시작은 제품의 USP보다 제품의 후기로 시작해야 한다. 

그로스 단계의 제품은 ROAS 최적화 전략보다 CAC의 최적화 기반의 LTV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 


위의 사실에 굳이 왜를 찾을 순 있다. 하지만 그 왜의 왜를 또 찾다보면 결국 인간 본성의 사실만이 존재하게 된다. 


기왕이면 싼게 좋다, 성적 매력을 어필하려 한다. 등등


그럼,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왜를 찾게 되고 어느 뎁스의 왜에서 설득되는가의 차이다. 이것이 얼마나 인사이트가 넘치는 정보인지 혹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수많은 시도를 통해 가설이 사실이였음을 발견하고 사실들로만 구성된 의사결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 input과 output이라는 행동만 남는다. 여기에 ‘왜’가 끼어들 틈은 없다. 


즉,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보다 격렬히 행동만으로 채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너무 깊은 왜라는 질문에 본인을 생각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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