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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나 Apr 27. 2017

전략가의 시선으로 본 대선주자들

바쁘다 보니 통 TV를 볼 시간도

좋아하는 글 쓸 시간도 부족하다. 


이번엔 틈을 내서 2주앞으로 다가온 대선 후보들을 전략가의 시야로 비춰보고자 한다.


본 글은 어제 본 JTBC 토론을 중심으로 대통령 후보들의 전략을 분석해 보았다.

다만 반아나의 전략 관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선거전략분석과는 다소 상이할 수 있다.


우선 문재인의 전략을 분석해 보겠다.

문재인은 달변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TV토론마다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싸움이란 건, 배워서 하는 싸움꾼이 타고난 싸움꾼을 이기기 힘들다.  예체능 분야가 거의 다 그렇듯이 싸움이란 것도 소질이 없으면 노력해도 늘지 않는다.

문재인은 타고난 전투형 관상을 지녔다. 다만 특이하게도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수비적인 성향을 타고났다. 이런 사람은 선천적으로 방어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더욱 방어를 잘한다. 

문제인이 딱 그런 스타일로, 문재인은 대선후보자 전부가 덤벼도 이기기 힘든 타고난 싸움꾼이다. 일반이 보기엔 워낙 눌변이라 그런 모습을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문재인을 공격하는 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문재인을 도와주는 형국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유념해두었다가, 문재인처럼 생긴 사람이 있다면 절대 뒷다마는 까지 말기 바란다. 그런게 잘 통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문재인은 공격당할 수록 더 살아난다.


다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 워낙 말이 느리고 상대방을 역공하는 일이 드물어서 두 사람이 친구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다. TV만 틀면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얻어 터지고 있다.


두번째는 홍준표이다.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전략가의 시선으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전략을 잘 짜고 나온 후보는 홍준표이다. 손자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홍준표의 전략이 어느정도 이에 해당한다. 즉 '백전불태'라는 건 이기고 지는 것과 무관하게 크게 위태로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홍준표는 어차피 문재인에 맞서는 제스쳐만 취해주면 보수표가 자신에게 돌아오게 잘 처신하고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의 전략적 포석에 충실 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전략적으로 구석으로 몰어넣는 수도 잘 던지고 있다. 

가령 문재인에게 두번이나 연거푸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은 확실한 노림수가 있는 전략적 포석이다. 문재인은 이를 나름 잘 방어하였으나 워낙 홍준표가 함정을 잘 짜서 들어온 탓에 약간의 타격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홍준표는 이번 대선을 통해서 자신의 노림수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다. 어차피 홍준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대선 후를 기약하는 목적과 전략적 위치선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세번째는 안철수이다. 안철수 역시 전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움직임을 보인다. 문제는 전략 수행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전술이란 눈앞의 적을 대항하는 술책이고 전략이란 전쟁의 판도 전체를 놓고 자원을 배치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안철수는 전술적인 승리에 집착하느라 전략적 승리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략이란 순간적으로 지략을 잘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착각을 많이 하는데, 아마 삼국지를 많이 봐서 그럴 것이다. 전략은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서 차분히 목표를 향해서 올라가는 모습을 띄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안철수는 살아온 인생의 전략적 이점을 살리기 보다는 이슈에 따라 변화되는 쟁점만을 쫓다보니 딱히 전략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든 대선을 치르고 있다. 안철수는 이번 대선으로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행태로 보아, 순간의 작은 이익을 위해 멀리있는 큰 이익을 놓칠 여지가 매우 높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은 유승민이다. 유승민을 글쓴이는 잘 알지 못하고, 그를 이번 대선토론에서 처음 보고 있다.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한가지가 있다. 그는 이번 대선 전략을 짜는 데 몹시나 서툴고 또한 크게 실패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아마도 브레인 없이 홀로 전략을 짜고 있는 듯이 보인다. 또는 자신의 유능함을 믿고 보좌진의 도움을 크게 받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유승민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어떤 전술을 쓰더라도 승리할 수가 없다. 정치논리로 따지자면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인 보수를 껴않지 않고 신보주의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중도와 보수 모두의 표를 잃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군대도 잘못된 때에 잘못된 장소에서 싸우면 절대 이길수가 없는데, 유승민은 전략적으로 패지를 택해서 진지를 치고 있으니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다. 그가 패배의 수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이번 선거비용을 조달하지 못해서, 유세를 줄여야할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뛰어난 언변에 비해 전략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 이대로는 싸울 수록 수렁에 빠질 뿐이다.

차라리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홍준표랑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면, 혹 지더라도 명분은 건질 수 있으니 그게 유일한 방안이다. 안철수와 싸워이길 수 있다면 빼앗긴 보수표를 되찾아 올수도 있겠으나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전술적 방안이 충분하지 못하면 실행될 수 없으니, 이미 놓쳐버린 기회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심상정 후보이다. 심상정 후보는 토론을 가장 잘한다는 평을 여러번 받고 있고, 토론 내용이 가장 좋다는 사람도 많다. 결과적으로 토론회마다 호감을 지닌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인 접근으로 보면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잘못하는 것도 없다. 문재인과 홍준표가 말 한마디 하기 전에 갖은 수를 짜내서 한두마디 하는 반면 심상정 후보는 말 뒤에 숨은 전략적 노림수나 포석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포석이란 손쉬운 사례를 들면 이런 것이다. 소녀시대가 출연한 예능에서 태연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오늘 꽁짜로 치킨 먹게 해줄께. 

소녀들이 잔득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때 태연은 써니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 할거야!

이 말을 듣기가 무섭게 써니는 치킨집에 전화를 걸더니 거기 치킨 배달되요?

써니가 태연을 놀려주기 위해 치킨을 시킨 것이지만 실제로는 태연과 소녀시대 맴버들은 치킨을 공짜로 먹게된 것이 즐거워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것이 노림수이고 노림수를 얻기위해 여러단계의 장치를 까는 것을 포석이라고 한다. 바둑에서 프로기사들은 10수에서 20수까지를 읽고 있으며 심지어 40수 이상 예측하고 바둑을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과거 중국 주석인 후진타오가 이런 처신에 매우 능숙해서 세계 협상가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심상정은 토론에서 수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져 자신이 평소에 옳다고 생각한 정치 이슈를 말하고 있다. 내용은 훌륭하나 전략적 노림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가장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어떤 면에서는 진실하게 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전략적 숙고가 가장 깊은 이는 문재인이다. 여러가지 전략적 쟁점들을 고려해서 답을 하다보니 깊이는 있으나 우물쭈물하고 두루뭉실한 답변을 하는 때가 많다. 외교적으로는 좋은 습관이나 대선 토론회에서 상대를 압도하기엔 좋은 수완은 아니다.

그리고 방어에 치중하다보니 상대방의 실수나 약점을 눈앞에서 그대로 놓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전략이란 것은 시소와 같아서, 상대가 약점을 보일 때 공격하지 않으면 곧바로 반격을 당하게 되는데 다소 '송양지인宋襄之仁' 과 같이 페어플래이에 치중하는 모습이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은 아마도 동의하지 않는 분이 있을 수 있다. 본 글은 정치적인 호불호와 무관하게 전략적인 부분으로만 후보를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이 토론회에서 가장 잘했다는 일반의 평과는 정반대되는 분석이다보니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트럼프와 시진핑의 전략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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