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비평한다는 것

by 밤하늘별

우리 연구회 실천과제는 몇 년 전부터 비평적 글쓰기다. 다른 과제도 있지만, 개중에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비평적 글쓰기라고 하니 무언가 글쓰기나 독서 모임 또는 영화 모임 등 문화 예술에 관한 연구회란 느낌이 짙게 들겠지만, 수업에 관한 연구회다. 2001년 경남협동학습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아이함께 연구회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하고 있고, 나는 올해 사무국장을 맡았다. 여기서 말하는 비평적 글쓰기는 수업에 관한 비평적 글쓰기다. 수업을 나누고 공개하고 비담 협의를 한 후 최종 단계로 비평적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모든 지부에서 다 하는 것도 아니다. 지부에서는 평소 각 지부의 계획에 따라 공부하고, 연말에 본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수업페스티벌 때 수업 비평을 다루는 것이다. 평소 수업 비평을 다루는 지부도 있겠고 아닌 지부도 많겠다.

이 수업 비평에서 어떤 이는 수업을 하나의 예술이라 전제한다. 동일한 성취기준을 가지고 각 교사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을 예술의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나 책, 연극, 그림 등의 예술 작품에 대해 비평하듯이 수업에 대해서도 비평한다고 한다. 처음 수업 비평이란 것을 듣고, 그에 대한 설명을 읽었을 때 뭔가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 일단 영화, 책 등에 비해 수업이란 것은 대체로 재미가 없고 그것을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이때 수업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수업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는 교사의 지상과제로서 수업을 보는 경우는 제외하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재미나 흥미 또는 교양을 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수업 비평을 연구하고 직접 비평문을 쓰는 교수님들도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연구회에서 수업 비평을 공부하고 그것을 통한 행사를 기획한다고 했을 때,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수업 비평문을 작성하여 연구회 행사에 패널로 참가하겠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완강히 거부하는 나는 당연히 패널로 선정되지 않았다. 사실 선정을 위해 시범 삼아 각자 쓴 글 중 내 글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당시로서는 내 글쓰기에 대해 나름 자긍심이 있었기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무대에 오르는 것에서 복잡한 마음도 들었다. 내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이 선정되는 건 불편하고 수업 비평이란 장르에 대해서는 의혹을 보내는 내 모습은 상당히 이중적이었다. 원래 사람이란 그런 존재여서인지 아니면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이중적인 마음에서 당시 첫 수업 비평 행사가 끝나고 다소 회의적이라는 소감문을 꽤나 거창하게 써서 연구회 잡지 원고로 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수업 비평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발췌하여 읽으며 수업 비평문을 작성해 봤다. 내 수업을 전사하고 그에 대한 비평문을 작성했기에 수업을 구석구석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수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갖추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막상 수업 비평문을 작성하다보니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해당 수업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경험 덕에 수업 비평이 수업 연구에 필요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설득되지 않는 부분은 타 장르에 대한 비평과 동일한 시선으로 수업을 비평하는 일도 바라본다는 그 대목이다. 영화에 대한 비평문은 읽고 그 영화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수업 비평은 아무리 잘 적은 글이라도 수업 영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연구적 관점이라면 모르겠지만, 순수한 재미로서는 도무지 접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학년을 맡아서 적응 활동을 끝내고 이제 슬슬 교과 공부에 돌입해야 할 텐데 도무지 수업 준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괜시리 시 쓰기를 하고 가족을 동물로 표현하는 활동 등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던 중 ‘수업을 하나의 예술로 본다’는 말이 생각나서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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