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봄비가 내렸다. 여름철,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듯 이어지는 장맛비나 차갑고 우울한 기분을 주는 겨울비와는 달리 상쾌한 봄비는 사람을 감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또 봄이라고 하면 꽃을 빼놓을 수 없다. 2월 말에서 3월에 볼 수 있는 매화, 지금이 딱 좋은 시기인 목련, 정확한 개화시기를 몰라 늘 만나러 갈 타이밍을 놓쳤던 동백, 얼마 안 있으면 봄이 왔음을 온몸으로 알려줄 벚꽃,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봄이 왔음을 알린다던 개나리와 진달래까지, 봄은 꽃의 다른 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 보기도 한다.
그중 으뜸은 벚쪽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벚꽃의 시기는 아니기에, 활짝 핀 목련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집을 나서면 처음 만나는 회전 교차로서에서도, 경남대표도서관 출구쪽 주차장에서도 만나는 목련은 아직 다른 꽃이 피지 않은 화단에서 홀로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보고 있으면 하얗고 뭉글뭉글한 꽃송이들이 비현실적아다. 목련에 이렇게나 눈길을 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도서관을 차로 나서려다가 목련을 보고 잠시 주차한 후 지그시 만져보았다. 돌이켜보면 목련꽃을 만져본 것이 처음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봤는지 헤아릴 수도 없으면서 직접 만져본 적이 없었다니 묘하다. 이전에 봤던 목련은 너무 높은 가지에 펴 있어서 만져볼 엄두를 못 냈던 것일까?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 건물 3층 창밖으로 보이던 목련꽃이 일품이라고 느꼈으니 꽤나 높이 피기도 했고 유리를 통해서 보았기에 만질 생각을 못했던 것이리라.
목련 꽃잎에서는 마치 나뭇잎과 같은 두께감이 느껴졌다. 이미 절정의 시기는 지났는지 흰 꽃잎 군데군데가 검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서히 제 빛깔을 잃어가다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꽃잎 하나하나가 바람에 흩날리며 화려하게 지는 벚꽃과 달리 목련꽃은 지는 순간까지 묵직하다. 바닥에 떨어진 목련꽃은 유독 생전의 포근함이나 신비함을 찾아볼 수 없다. 목련꽃은 그렇게 이른 봄을 보낸다. 글 말미에 나의 이른 봄에 대해서도 적으려다가 사족임을 깨닫고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