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이승환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애원', '당부', '꽃', '천일동안' 등 내 노래방 레퍼토리에도 이승환 노래는 빠지지 않았다. '꽃'은 노래방에 가면 첫 곡으로 주로 불렀다. 첫 곡이기에 적당히 어렵지 않게 컨디션 체크하며 부를 만한 곡을 고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많고 편안한 자리가 아닌 경우 많은 곡을 부를 수 없다. 첫 곡이라고 가볍게 시작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 경우다. 그런 때는 어느 정도 임팩트가 있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야 하는 곡을 선택한다. '애원'이 그런 곡이다. '천일동안'은 1절에서 끝내면 괜찮다. 그런데 완창을 해야 하면 후반부에 다소 무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1절에서 끊어야 하는 자리일 때 부르고, 완창은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갔을 때처럼 부담 없을 때 부른다. 좀처럼 쉽지 않은 곡은 '그대는 모릅니다'이다. 그래선지 다른 곡에 비해 자주 시도하지는 않고 대체로 혼자서 연습할 때만 불렀다.
그런데 이승환 노래 중에 듣기는 하는데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는 곡들도 있다. 대체로 록 느낌이 나는 노래들이다. 이승환이 록 음악을 하고 싶었기에 가끔 록 음악을 앨범에 넣곤 한다. 그중에서 '멋있게 사는 거야'라는 노래를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멋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데, 대체로 나는 멋있게 살지 못하는 것 같다. 객관적인 평가와 별개로 내 스스로 멋있게 산다고 느낀 적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딱 한 번, 멋있게 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꽤나 강렬하다.
내가 아직 카메라와 사진 찍는 일에 관심이 많던 시절 통영 소매물도에 홀로 사진 찍으러 갔던 때다. 소매물도는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들어간 후 처음 만나는 곳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건너편에 등대가 있는 섬이 보인다. 그곳에서 쿠크다스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어 여지껏 쿠크다스섬으로 불리고 있다. 평소엔 바닷물로 분리되어 있는데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두 곳을 걸어서 지날 수 있다. 소매물도에 가기 위해서는 물때를 미리 알아두고, 배 시간과 통영까지 운전해서 가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잘 계산해서 가야 한다. 이날 등대섬을 찍은 사진은 내가 카메라를 취미로 삼은 후, 찍은 사진 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는 사진 중 하나이다.
이날 등대섬까지 다 돌아본 후 배를 타기 위해 다시 고개를 넘어 선착장으로 오던 때였다. 저만치 바위가 하나 보였다. 거기서 뒤를 돌아서서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훌쩍 바위에 올라가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눈앞으로 가져가서 구도를 잡던 중이었다.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멋지다', '멋지게 산다'라고 감탄하듯 말하며 지나갔다. 당시에는 쑥스러운 마음에 대꾸를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할 걸 그랬다 싶다.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여지껏 없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그래도 '멋있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잘 못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엔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줄은 것 같다. ‘나는 그냥 이렇게 산다’ 같은 느낌이다. 어느샌가 내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굳어졌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꿀 생각을 안 한다. 어쩌면 나다운 모습으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사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날도 많지만 말이다.
이승환의 '멋있게 사는 거야'를 듣고 싶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