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라이스와 계란밥

by 밤하늘별

내 인생 드라마를 꼽을 때 떠올리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이제훈과 조진웅, 김혜수가 출연한 시그널이다. 이 드라마는 지금도 다시보기로 종종 본다. 이제훈과 조진웅은 모두 경찰이며, 이제훈이 우연히 얻게 된 무전기로 20년 전의 조진웅과 무전을 하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극중에서 20년 전의 (어린) 이제훈은 억울한 누명을 쓴 형과 떨어져 살게 된다. 밤 늦도록 아버지를 기다리며 집 근처 계단에 앉아 있던 (어린) 이제훈은 다짜고짜 술집에 들어가서 오므라이스를 달라고 한다. 어린 아이가 술집에 가서 오므라이스를 달라고 하니 다들 의아해 한다. 뒤따라 오던 조진웅이 주인 아주머니께 슬쩍 돈을 주며 앞으로도 찾아오면 오므라이스를 해 주라고 부탁한다. 이후 회상씬이 잠깐 나오는데 어린 이제훈이 오므라이스를 찾은 것은 이전에 가족들과 외식 했던 행복한 기억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과거 때문인지 이제훈은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오므라이스를 즐겨 먹는 모습을 살짝 보인다. 미제사건전담팀에서 점심 메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므라이스를 언급한다. 말하자면 이제훈에게 오므라이스는 소울푸드다.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한 이유는 나도 오므라이스를 즐겨 먹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거제에 신규 발령을 받고 4년간 근무하던 시절 가끔 김밥천국에 가서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그때는 참 맛있게 먹었다. 그곳은 내 자취방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옥포중앙시장을 거의 지난 후 만나는 작은 사거리에 김밥천국이 있었다.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아주 없지도 않았다. 나는 한쪽에 자리잡아서 오므라이스를 시켜서 조용히 먹고 일어서곤 했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먹지는 않았다. 나는 밥을 주로 자취방에서 직접 해 먹었고, 밖에서 사 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 사 먹을 때 동네에서 먹으면 주로 김밥천국에서 오므라이스를, 혹시 시내에 나간 경우는 홈플러스 지하 푸드코트에서 돈가스와 스파게티, 감자구이 등으로 구성된 세트를 사 먹었다.

소울푸드라고 부를 만한 것 중 집에서 자주 해먹는 음식은 계란밥이다. 어릴 적 밥을 새로 지으면 종종 날계란과 간장, 참기름, 깨소금을 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별 것 아닌 음식인데 왜 그리도 맛있었을까? 어머니께서 계란밥을 한다고 하시면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나 밥 많이’를 외치곤 했다.

지금도 계란밥을 좋아한다. 새로 밥을 지으면 계란밥을 만들어 먹는다. 어제 월급날 저녁으로 무엇을 사먹을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선택한 것은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새로 하여 계란밥을 먹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한 번에 밥을 많이 해서 냉동해뒀다, 하나씩 녹여서 먹기에 계란밥을 만들어 먹을 기회가 적다. 그래도 새 밥을 할 때면 거의 항상 계란밥을 만들어서 먹는다. 어제는 냉동실에 밥을 많이 얼려 둔 상태였는데, 계란밥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새로 밥을 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마음만 먹으면 먹고 싶은 음식을 어지간하면 다 사 먹을 수 있게 되어 그런지, 예전에 비해 무언가를 맛있게 먹는 일이 줄었다. 어쩌면 세상 일에 무덤덤해지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해진 것 같다. 또 맛있는 무언가를 먹더라도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못한다. 분명 세상 사는 재미가 하나둘씩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계란밥은 아직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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