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오늘은 누군가의 걸음이 너무 빠르다는 말을 들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서로의 보폭이 달랐던 모양이다. 나는 그저 성큼성큼 걷고 있었을 뿐인데,누군가는 숨이 가빴고, 누군가는 뒤돌아볼 틈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속도가 다르다는 건, 누가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다. 달리는 사람에게 걷는 이는 느려 보이고, 걷는 사람에게 달리는 이는 부담으로 느껴질 뿐이다. 그 차이를 미리 살피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 나는 붙잡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천천히 걸어보자고 말하지도 않았고,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멈춰 서서 상대의 숨소리를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존중하기로 했다. 사실은 아쉽다. 같은 풍경을 조금 더 보고 싶었고, 대화를 조금 더 나누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편안하지 않은 동행이라면 아무리 예쁜 길이라도 함께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오늘의 선택이 당장은 조용히 아릴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밀어붙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의 속도를 숨기지 않고도 상대의 걸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걸. 이 길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언젠가는 내 보폭을 자연스럽게 맞춰 걸을 수 있는 사람과 굳이 속도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오늘의 이 멈춤을 실패가 아니라, 배려의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