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의지

by jk

태어날 때도, 떠날 때도 인간은 결국 혼자다. 그 사실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삶의 바닥에 깔려 있다. 누군가와 함께 웃고, 기대고, 손을 맞잡고 살아간다 해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늘 혼자 찾아온다. 책임은 대신 져줄 수 없고, 선택은 나를 대신해 내려지지 않는다. 가장 버거운 시간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마음을 스스로 삼키며 견뎌야 할 때도 있다. 인생은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의지할 사람을 찾기보다 의지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고 싶다. 혼자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아무도 손 내밀지 않아도 스스로를 붙들 수 있는 중심. 그 위에 서 있을 때에야 비로소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일이 가능해진다. 관계는 약한 곳에 매달릴수록 쉽게 금이 간다. 기댈 줄만 아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무게까지 무너뜨린다. 함께 오래 가는 관계는 각자가 자기 삶의 중심을 단단히 세운 뒤에야 비로소 만들어진다. 사람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사람 없이도 버틸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외로움을 급히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도 괜찮다.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지, 어디까지가 나인지 조용히 확인하는 시간. 그 기준 위에서만 삶은 단단해진다. 혼자일 수 있는 사람만이, 끝까지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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