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연락처

by jk

문득 휴대폰 연락처를 훑다, 이제는 함부로 연락할 수 없게 된 이름 하나에서 손이 멈췄다. 지워지지도, 새로 저장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름. 그 짧은 순간 동안 시간은 조금 느려졌고, 생각은 자연스럽게 과거로 흘러갔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웃고, 괜히 길게 안부를 묻고,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던 때들을 떠올렸다. 그때의 공기와 말투, 사소한 온기까지도. 그러다 문득,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아주 짧게,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 지점에서 나는 애써 멈춘다. 어떤 마음은 끝까지 가닿지 않아야 더 오래 남고, 어떤 관계는 다시 닿지 않기에 오히려 망가지지 않는다. 현실로 불러내는 순간 흐려질 기억이라면, 차라리 기억으로만 남겨두는 편이 낫다는 걸 이제는 안다. 어쩔 때는 환상을 환상 그대로, 상상을 상상 그대로 두어야 비로소 애틋하게 간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손대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다가가지 않아서 온전한 마음들. 그래서 오늘도 그 이름을 지나쳐 간다. 여전히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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