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숨은 온세상을
새하얗게 덮은 눈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차갑지만 포근한 눈의 정적
까치 한 마리 나무들 사이로
텅빈 허공을 가른다
경계가 보이지 않는
눈의 정원
소복소복 한발씩
눈 길을 거닐면
어두웠던 마음이
순백의 눈처럼 물들어간다
세상도 눈처럼
순수했으면
사람도 눈처럼
단순했으면
인생도 눈처럼
아늑했으면
...
저멀리 모락모락 피어나는
시골집 굴뚝연기
겨울숲 향기에
눈처럼 맑아지는
내 지친 영혼아
무거웠던 지난 날의 상념들은
어둑해지는 저녁하늘 뒤
찬 바람에 씻겨 날리우고
소복히 쌓인 눈길
사뿐히 밟으며 내일을 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