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되자
새순이 자라고 꽃이 피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저마다
꽃을 보면서 반갑게 웃었다
손엔 저마다 네모난 물건을
꺼내 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를 좋아한다는 표시인가 보다"
꽃이 상상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이내 봄비가 내렸다
핑크빛으로 곱게 물든 꽃잎이
바람을 타고 가볍게 날리었다
어느새 꽃잎은 길가에 겹겹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꽃잎이 지고 난 자리엔
빨간 별모양 꽃대가 드러났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무를 쳐다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떨어진 꽃잎들을
아무렇게나 밟으며 지나갔다
"아야! 아퍼 아퍼...
위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꽃잎은 나뭇가지 위에 달려 있던
지난날을 그리워했다
이제 길 가장자리로 몰린
꽃잎들만 남게 되었다
태양은 땅위에 내려앉은 꽃잎을
말없이 따스한 햇살로 비추었다
가끔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촉촉한 피부를 가졌던 꽃잎은
점점 야위어 갔다
"이상하다. 이 곳이 점점 편해지는 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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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