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같은 아침
가라앉는 섬 주위로 더 짙게
이글거리는 몽환의 어둠 같아
태양이 밝게 비추어도
쉽사리 뚫리지 않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장벽
난 두려워
내 손끝 발끝의 미세감각들이
무뎌진 칼날처럼
무뎌진 굳은살처럼
무뎌진 조약돌처럼
야성이 없는 체
곪아 오래된 상처로 남을까
난 느껴져
마치 부지런한 공사장 인부들같이
소리 없이 다가와
숨결 사이사이로 달라붙어
그들만의 성을 열심히 쌓아
조금씩 조금씩 숨통을 죄어오는 것이
모진 바람만이
그들을 데려 갈까?
거센 빗물만이
그들을 쓸고 갈까?
맑은 하루가 특별한 세상
탁한 하루가 일상인 세상
이루어야 할 것들에
잃어 버려질 것들이
가려져 잠든 채 깨어나지 않는 세상
난 어디로 가야할까?
난 무엇을 해야할까?
살기 위해서 바쁘게 할 일들은 많지만
돌아보게 되 되내이게 되
자꾸만 자꾸만 생각하게 되
진짜 살기 위해서
제대로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