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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리 Oct 31. 2015

일공삼일 <1031>


시월은 처음 영일을 만났다

앞으로 보고

뒤로 봐도

자신과 똑같은 모습 1001


00시가 되자

영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월에게

영이가 찾아왔다

1002


시월은 두려웠다


영일처럼 영이도

정이 들 새도 없이

금새 자신을 떠날 것이므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스물네번의 괘종소리가 울리자

영삼이가 성큼

얼굴을 내밀었다


1003


"너도 내일이 되면

영일과 영이처럼

나를 떠나겠지..."


시월은 쉽게 영삼이와

정을 붙이지 못했다


00시가 되자

영삼은 시월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내년에 또 보자"


시월은 영삼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시월은 그렇게

매일 매일 새로운 친구들과

짧은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했다


"언제쯤이면 나와 오래 함께 할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날

시월에게 삼십일일이 왔다


"안녕? 반가워"

시월이 반갑게 삼십일일을 맞이했다

그동안 이별에 단련된 덕분에

이젠 누구를 만나더라도

웃을수 있는

스스로를 흐뭇해하면서...



이제 잠시후면 삼십일일도

예정된 떠남을 아쉬워하겠지

10월 31일 23시 59분

10312359


"삼십일일아, 이제 헤어질 시간이구나

내년에 또 보자"


살짝이 웃으며 시월이 말했다


"헤어진다고? 넌 이제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하는걸?

이제 곧 십일월이 올 시간이야

자, 내 손을 잡아"



영문을 모르는 시월은

삼십일일이 내민 두손을 잡았다


삼십일일은 시월의 마지막밤을

사람들의 추억속에 남겨둔 채

시월과 함께 긴 시간여행을 떠났다


2016년과 함께

다시 올

기약을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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