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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리 Jun 23. 2017

마이너스 감각

<빼기의 법칙> '4차 산업시대의 생존코드'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세상의 트렌드를 잘 살펴보면 큰 기류의 흐름이 보인다. 미래의 근로시간은 지금보다는 더 줄어들 것이고, 1인가구와 노인 비중의 증가는 집 평수를 작게 만들 것이다. 이미 일본, 이탈리아, 덴마크,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소형차와 경차가 많다. 전자제품은 어떤가? 과거엔 무겁고 큰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면 그럴싸한 전문가처럼 보였지만, 미러리스 기술개발로 카메라 본체의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애플의 iMac은 아예 본체와 모니터를 합쳐버렸다. 유의미한 통합에는 반드시 빼는 게 수반된다. 통합이 결과라면 빼는 것은 과정이다.

‘빼는 사고’로 통합에 이를 수 있고, ‘더하는 사고’는 ‘빼는 사고’를 필요로 한다.

빼는 것과 더하는 것 그 어느 한쪽이 반드시 먼저일 필요는 없다. 빼는 사고법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꽤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라는 ‘목적’을 생각한다고 했을 때 그 과정에 필요한 수단으로 적용시킬 수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경유를 원료로 하는 엔진을 버리고, 대신 전기나 태양열, 수소 같은 친환경 자원으로 대체될 수 있다. ‘대체’라는 개념을 잘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을 도입하기 이전에 기존의 것을 버려야 함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냈다 하더라도 기존의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대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새로운 원료를 동력으로 쓰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그 빈자리를 신개념, 신기술로 채울 수 있다.


창의성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고 그 분야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질수록 고정관념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내가 해봤는데….” 이 한마디로 끝이 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스폰지처럼 주변의 정보들을 가리지 않고 흡수하며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혁신적인 ‘사고事故’를 칠 가능성이 크다.


창의력은 고정관념을 ‘빼는’ 생각이다.


고정관념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한 그 자리에 새로운 바람이 머물 순 없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부산의 유엔군 묘지 단장 공사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때는 찬바람이 휑하게 부는 한 겨울. 그런데 이곳에 한국전에 참전한 각국의 유엔 사절단들이 방한하여 참배를 하기로 한 것. 사절단들을 맞이할 미8군 사령부는 어떻게든 황량한 묘지 주변을 그들 고향의 잔디밭처럼 푸르게 단장하고 싶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머리가 비상하기로 소문난 정주영에게 공사를 맡기고자 하였다. 아무리 머리가 기발하다고 해도 청년 정주영 역시 미8군의 요구사항은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주영은 방법은 나중에 찾기로 하고 오히려 배짱을 부려 3배나 높은 공사비를 받기로 하고 계약부터 했다. 청년 정주영이 고심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보리였다.


시골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난 정주영은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한 보리를 낙동강 근처에서 떠다가 묘지 주변을 도배할 요량이었다. 트럭 30대분이 들어갈 만큼 거대한 공사였다. 어차피 간단히 참배만 하고 돌아갈 것인데, 잔디가 아니면 어떤가. 청년 정주영은 공사를 마무리 짓고 미군으로부터 원더풀 굿 아이디어라는 칭송을 아낌없이 받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묘지에는 파란 잔디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주영의 생각은 달랐다. ‘잔디’가 핵심이 아니라 ‘잔디처럼 보이는 것’이 핵심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정주영은 잔디의 속성을 떠올렸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색’이었고, ‘초록색’을 찾아보니 ‘보리’가 떠올랐던 것이다. 묘지에는 반드시 잔디를 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보리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일을 창의적으로 하고 싶다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던 평소의 생각들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빼보라. 일반적으로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이 ‘고정관념’임을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땐 방법이 하나 있다. 내가 과거에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던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평가를 하지 말고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거에 성공을 이루게 했던 것이든, 실패를 낳게 한 것이든 일단 한 번 써먹은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보라.


코닥은 1975년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해 놓고도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자신들이 다져 놓은 확고한 시장을 이 ‘괴물’로 대체하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하자 그제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기존의 성공 관념을 버리지 못하면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영화 ‘아이언맨’의 롤모델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Elon Musk, 1971~)는 민간 기업 최초로 로켓을 쏘아 올린 스페이스 X, 과거에 ‘전기차’라고 하면 다소 둔탁한 외형 디자인에 파워가 떨어지는 것을 떠올렸지만 미려한 디자인이 가미된 스포츠카를 만들어 전기차에 대한 일반인의 개념을 완전히 바꾼 테슬라 모터스의 CEO이기도 하다.

그는 WGS 2017의 한 인터뷰를 통해서 미래에는 기본소득이 필요할 거라고 봤다. 정치인도 아닌 기업가가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론 상당수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매월 금전으로 보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의 출현은 기존의 새로운 것을 구식이 되게 만든다. 처음엔 신식과 구식이 공존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구식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지금까지 인류 문명이 보여온 모습이다.


고정관념을 내 머릿속에서 빼야(Minus) 그 안에 다른 생각이 자유롭게 자리잡을 수 있다.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게임을 잘 하려면 빠진 부분(Minus)을 잘 찾아야 한다. 권투는 상대방을 잘 때리기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잘 피하고 빠져 나와 상대의 힘을 빼는(Minus) 지혜가 필요하다. 잡풀이든 나무든 한참 자라고 있는 땅에 새로운 풀이나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자리에 이미 존재하는 풀과 나무를 뽑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순서를 꼭 기억하라. 몸으로 체득이 안 되었다면 머리로라도 의도적으로 생각하라. 남들이 간과하는 삶의 마이너스Minus 감각은 그렇게 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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