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까먹다' 라고 하잖아. '깐다' 라는 말은 '푼다', '풀어 놓다', '드러내다' 라는 뉘앙스가 있거든. 속 알맹이는 겉 껍질로 가려져 있잖아. 이 껍질을 '까야' 안의 것이 드러나. 가방 속에 넣어둔 도시락을 꺼내면 '안'이 안 보여. 도시락 뚜껑을 '까야' 속이 보여. 마치 숨은 그림 찾는 기분이지.
숨바꼭질이 재미있는 이유는 숨은 사람을 찾는 재미가 있어서잖아. 보물찾기가 재미있는 이유도 숨겨둔 보물을 찾는 게 재미있어서야.
발견이 흥미로운 건 숨겨둔 사실이나 진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서지. 집에서는 밥그릇에 뚜껑을 덥지 않아. 그래서 신비감이 없지.
감추면 뭔지 들여다 보고 싶고, 금지하면 하고 싶어져.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서 네모난 상자 뚜껑을 열 때 그냥 확 열리는 게 아니라 스무드하게 천천히 열리도록 해서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였어.
우리가 뭔가를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빨리 안 되면 더 조바심이 나고 흥미가 생기잖아. 애간장을 적당히 태워주어야 재미가 더 하는 법이야.
유튜브에 장난감을 'Unpack'하는 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아. 숨김과 찾기. 바로 여기에 비밀이 담겨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