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서늘하게 흐린
이른 아침이지만
살며시 등 뒤에서
살갗 속으로 타고 들어오며
비추는 햇살에
포근한 감촉이 전해진다.
체온보다 낮은 공기에
노출된 나의 몸엔
희미하게 비추는
한 줄기 빛의
작은 온기가 흐른다.
빠른 걸음은 어느새
멈춘 듯 느릿한 걸음으로 바뀌면
등줄기에 전해지는
아침 햇살의 무수한 알갱이들이
온몸에 퍼지는 듯하며
일순간 나른해지는 그 기분이 좋아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은 체
아침 햇살의 따스한
기운을 온유한다.
왜 사람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우면 차가운 것을 찾고
추우면 따듯한 것을 찾을까?
마치 있을 땐
없는 게 생각나고
없을 땐
있는 것이 생각나는 것처럼...
서늘해지는 이 가을
따사로운 아침의 햇살을
못내 아쉬워하며
일터로 가던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