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징어 게임2> 세계관을 재해석한 이유

이 끔찍하고 절망적인 게임, 왜 참가자들은 한 판 더 할까?

by 피노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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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새 시즌 구성과 소재에 관한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언론에 전편 선공개 이례적,

미공개 작품상 후보 선정, 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총 7편의 에피소드를 12월 26일, 오늘 공개했다. 시즌1이 워낙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만큼,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세계 미디어도 앞다투어 <오징어 게임>의 새 시즌을 주목하고 있다. 매년 1월에 개최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아직 공개도 안 된 새 시즌을 작품상 후보에 올렸다.


물론 후보 선정 기준에는 부합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공개된 작품이 후보 대상이고, 또 투표 심사위원들이나 언론에 시리즈 전편을 미리 볼 수 있게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 대상으로도 얼마 전에 전편 시사회가 열렸다. 넷플릭스 작품을 극장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기회였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작품 중에서 <지옥>이나 <D.P.>같은 시리즈에 한해 극장 상영 이벤트를 연 적 있는데 시리즈 전편 상영은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최초다.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를 비롯해 많은 제작사들이 작품 공개 전에 스포일러 노출 같은 보안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말까지 포함해 작품 전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화제성이나 작품성 모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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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과 다른 이유,

생존기 아닌 복수극


시즌2는 제작진 입장에선 아무래도 전체적인 연출 방향이나 재미 요소가 이전 시즌과는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공개된 새 시즌은 첫 번째 시즌에서 보여줬던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하고 변주되기도 한다. 우선 막대한 빚을 지고 (주로 금전적 문제로) 인생 막장에 놓인 성인 참가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어린아이 장난 같은 놀이에 참여해 승패를 가린다는 잔혹한 게임 컨셉은 이번 시즌에도 유지된다.


시즌1을 본 시청자들은 잘 알겠지만 이 게임의 최종 승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성기훈(이정재)은 최종 승자가 된 후에 상금 456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오일남 할아버지로부터 게임 운영자의 전모를 듣게 된다. 가진 게 너무 많아 인생에서 더 이상의 재미를 찾지 못한 소위 돈 많은 부자들이 꾸민 짓이란 걸 알고 기훈은 분개한다.


그랬던 기훈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건 2화 이후. 초반 에피소드는 살아남은 기훈과 황준호(위하준)가 각기 다른 이유로 게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프론트맨 무리를 추적한다. 만약 모든 게임을 마스터한 기훈이 게임장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그는 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훈이 게임에 재참가하려는 이유는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다. 그는 애초에 게임 유지 관리를 하는 부자들의 하수인 격인 프론트맨에게 선전포고를 했는데 그건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원만한 게임 진행은 애초 그의 목적이 아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게임 시스템을 와해시키려고 하는 지가 에피소드 후반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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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에 걸맞은

끔찍한 룰이 추가


공개된 총 7편의 에피소드는 지난 시즌 이후 3년 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기훈이 게임에 재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두 9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던 시즌 1과 비교하면 에피소드 수가 좀 모자란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알려진 대로 시즌2와 시즌3가 동시에 제작됐고 기훈이 두번째로 참여하는 6개 게임 결과는 시즌3에 이르러서야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시즌 2에서는 일단 모든 게임이 종료되지 않는다. 사실상 하나의 시즌을 파트 2개로 나누어 공개하는 식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7편 에피소드 안에서도 2편 이후에 본격적인 게임이 이뤄지기 시작하고 5화 이후로는 참가자들의 갈등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는다. 그 이유는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룰 때문이다.


이전 시즌에서 다룬 적 없는 새로운 게임 룰이 추가되는데, 새로운 룰은 곧 새로운 위기를 뜻한다. 이전 시즌의 게임 룰은 3항까지만 존재했는데 이번에는 4항이 새로 추가된다. 게임의 운영진은 이번에 각 게임이 끝날 때마다 생존자들끼리 다음 게임의 진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찬반 투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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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게임장이 아니라 숙소에서도 대참사가 벌어진다. 게임을 계속 이어서 하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이 투표에 이기기 위해서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을 협박하기도 하고 심지어 죽여서 투표 참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겉으로는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른 공정한 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번외 게임이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양상으로 흘러간다.


새롭게 추가된 룰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붕괴되어가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 양상을 대입해보게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정치 이념의 왜곡된 갈등 양상이 매 선거철때마다 불거지는 사회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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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인생 망해버린

MZ 막장의 등장


이번 시즌에서 대폭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참가자들 개개인의 사연이 더 부각된다는 점이다. 인물 각자의 개인사가 많이 다뤄지다 보니, 에피소드마다 톤앤 매너와 템포가 좀 다르다. 게임이 본격 시작되는 1, 2화와 3화 이후가 다르고 게임이 시작된 이후에도 인물들의 드라마에 집중하는 5화 전후로 진행이 또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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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참가자들의 면면도 이전 시즌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어려진 게 특징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중독 인기 랩퍼 타노스(최승현)의 활약을 비롯해서 코인방 사기 핵심 인물인 유튜버 명기(임시완), 어린 나이에 아기를 갖게 된 미혼모 준휘(조유리), 특전사 출신의 성전환 수술을 받은 현주(박성훈), 해병대 예비역 대호(강하늘), 그 밖에 사연은 자세하게 소개되지 않지만 연기력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이다윗, 김시은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 등 2-30대 참가자들의 활약상이 대폭 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힘주어 묘사하는 건 아무래도 최승현의 타노스다. 배우 개인의 사생활 논란이나 루머 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캐릭터다.



반란의 서막을

열어젖히다


시즌2는 이전 시즌보다 더 끔찍한 게임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즌1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게임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액션의 규모도 훨씬 키웠고 캐릭터 면면의 사연도 더 보여준다. 5화 이후 시리즈 후반에 이르면 거의 전쟁 국면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게임 참가자들의 게임 과정은 절반밖에 안 보여줬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애초 정해진 6게임 중 3게임만 진행한 거니까 시즌2는 사실상 시즌3를 향한 전초전 내지는 파트1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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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리즈 최종장이라고 알려진 시즌 3에서는 시즌 2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캐릭터의 결말이나 게임 운영자들의 전말이 드러날 것이고 더 다채롭고 그만큼 더 잔혹한 추억의 게임 놀이가 추가될 것 같다.


게임장을 벗어나 ‘반란’을 일으키면서 전투적인 리더로 각성한 성기훈과 과거를 버리고 강력한 빌런으로 거듭난 프론트맨의 맞대결도 시즌3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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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선악 구도를

재해석한 수정주의 복수극


시즌3가 공개되어야 제대로 전말을 알 수 있겠지만 시즌2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며 게임 참가자를 물색하던 ‘딱지남’(공유)의 정체에 대해서 에피소드 초반에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 그리고 게임장에서 잔인하게 탈락자를 저격하거나 장기밀매에 가담하는 ‘진행요원’ 마스크 뒤에 감춰진 사람들의 사연까지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돈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는 비극이 반복되고 그 비극의 늪에 빠져든 사람들이 평범한 청년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는 한편, 이 게임 시스템의 진행요원, 동조자들 역시 돈 때문에 시스템 바깥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현실 세계의 어두운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선악 구도가 분명하게 묘사되던 과거의 서부극 장르 클리셰를 재해석해서 선악 구도를 모호하게 묘사해 영웅과 악당의 이면을 주목하는 걸 수정주의 서부극 장르라고 일컫는데, 황동혁 감독이 시즌2에서 시도하는 캐릭터 구도가 바로 이러한 수정주의 장르 경향의 일종이다. 게임 시스템 내지는 자본 권력의 동조자들 얼굴에도 서사를 부여하려 한 점에서 황동혁 감독의 작가적 야심이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어떤 시청자는 다소 지루해 한다거나 혹은 과한 설정이 추가되었다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스톰트루퍼의 가면 뒤에 제국의 압제에 억압받던 사람이, 그것도 흑인이 얼굴을 드러내면서 펼쳐졌던 새로운 여정의 짜릿함을 떠올려보면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 가면 뒤의 서사 역시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뻗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박규영 배우가 연기하는 탈북 군인 강노을이 시즌3의 새로운 주역이 될 것 같다.


시즌1에 비하면 너무나 강력한 리더로 '깨어난' 성기훈의 각성이 조금 당황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시스템을 다 뒤집어엎는 반란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심지어 시즌2에서 제대로 내막이 드러나는 인물이나 사건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즌3를 더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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