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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노 Feb 22. 2023

스필버그 포에버

블록버스터의 창시자가 만든 가장 작은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공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수상소감에서 "난 아직 안 끝났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던, 심지어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기록인 106세 연출 기록을 깨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그의 스피치도 감동적이었다.


해외 영화제 시상식 취재를 한 번 가봤지만 그 현장의 설레는 공기를 너무나 잘 기억하는 나로서는 공로상 수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세계 기자들이 그 앞에게 무한 애정 표현을 쏟아내던 순간도 참 재미있게 지켜봤다. 요새 해외 영화제는 컨퍼런스가 새벽에 라이브로 중계되기 땜에 방에 앉아서 편하게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지. ㅎㅎ 그런데 다시보기는 막아놨더라. 라이브로 볼 때 기록이라도 해놓을 걸 그랬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유년시절에는 유태인 혐오, 그러니까 반유태주의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요즘말로 학폭에 시달려야 했다. 그랬던 그가 공교롭게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것도 감격적이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망각이야말로 정의의 반대말이라고 하면서 <쉰들러리스트> 연출 이후 자신이 독일과 함께 쇼아 재단을 설립해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뚜렷하게 기억하는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 꽤 길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필버그 감독의 34번째 연출작인 <더 페이블맨스>는 뉴욕타임즈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 모든 걸 영화로 만들어온 그가 여지껏 단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던' 소재인 자기 자신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기가 막힌 건, 스필버그 감독 자신이 지금껏 만들어온 모든 영화들에 스스로 헌정을 바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가족들, 특히 어머니를 기리는 작품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필버그 감독은 대체 어떻게 여전히 할리우드의 아이처럼 남아있을까, 감탄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혐오와 차별, 전쟁으로 빛나는(?) 이 대혼돈의 21세기에 여전히 열여섯 영화광으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 비결이 바로 이번 영화 <더 페이블맨스>에 담겨 있다.




3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마도 감독상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주지 않을까. 그럼 스필버그 감독은 <쉰들러 리스트><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어 감독상을 수상하게 되는 셈이다. 


아무튼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세계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 페이블맨스>를 웃음 없이 보긴 힘들 것이다. 감동적이라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영화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짓게 만드는 영화 ㅎㅎ 특히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말로 표현이 안 되니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ㅎㅎ


쉰들러 리스트부터 이번 영화까지 딱 20편을 같이 만든 야누스 카민스키 촬영감독과 스필버그 감독 데뷔작인 <슈가랜드 익스프레스>부터 29편째 같이 작업하고 있는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의 협업이 밎어내는 마법같은 순간이 영화에 담겨 있다. 


매년 2-3월은 나름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를 노려볼만한 시기인데 왜 이 영화 국내 개봉 소식이 아직도 안 들려오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이미 정해졌는데 내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 해외에서 시청가능한 애플TV에는 독점으로 부가영상 다큐멘터리까지 공개가 되어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창시자인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 재료를 가지고 평생을 바쳐 살아온 '영화감독의 삶'에 영화로써 헌정을 바친다는 거, 그런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영화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국내에 공개될 시점이 오면 그 때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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