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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나 Dec 14. 2021

양극의 개성을 내뿜는 테크노 아티스트

<Schwefelgelb>의 [Zu zweit]

가사 없는 음악의 매력을 촉촉하게 풀어냈던 지난 글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티스트 초이스다.


https://brunch.co.kr/@optimistkim/17

 

그렇다.

<Schwefelgelb>라 불리는 아티스트의 협곡에 빠지도록 한 노래는 [Zu zweit]다.

무려 가사가 있는 노래다. 게다가 그다지 심오해 보이지도 않는 가사다. (사실 가사란 게 듣는 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지니까 심오하지 않다고 확언하는 건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가사 내용보다는 독일어에 빠져 있던 때라서 곡이라서 강렬했다.




한 때 독일어 발음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전 문장을 쓸 때 왜 과거형으로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콩깍지'라 부를 수밖에 없는 감정을 앞세우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독일어와 인연이 없었던 인생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2 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했으니 어찌 보면 뻔한 흐름이다. 그래도 그땐 독일어의 'R' 발음이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여성명사 남성명사 따위의 체계가 짜증 나 미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독일어를 고른 이유는 중국어를 공부하기 싫어서였다.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과거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꽤 괜찮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섹시'라는 단어를 써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의 '호감'이 내 안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나  'R' 발음! 이게 요물이었다. 주변에 독일인은 없어도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지인은 몇 있었다. 어느 날은 그들에게 전화해 다짜고짜 'R' 발음 한 번 발음해 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독일어를 향한 호기심은 '독일'이라는 키워드를 축으로 테크노 디제이를 하나하나 찾아 듣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그 과정 중에 만난 것이 <Schwefelgelb>였다.


스포티파이에서 아티스트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인기 있는 노래(음악)가 나온다.


'<Schwefelgelb> 를 듣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볼까?'


테크노라는 검색어를 통해 알게 되었기에 속도감 있는 비트를 기대하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초반에는 기대했던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예상만큼 힘 있는 중저음은 아니었지만 어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였다.


그런데.. 뭐지?

웬 남자가 노래를 부르네?


노래를 잘 부르겠다는 마음 따위는 없는 목소리와 함께 단순한 사운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둔탁한 테크노 특유의 분위기는 어딜 가고 어딘가 조악해 보이기도 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이런 걸 듣자고 열심히 검색을 한 게 아니었다. 어처구니없음에 잠시 멍 때리던 그때, 그나마 아는 독일어가 귀에 꽂혔다.


Ich bin~~ (I am)

Du bist~~ (You are)

zweit~~~ (two)


 가는  순간이었다. 뛰어난 가창력도 화려한 음악적 기교도 없는 노래지만 독일어를 중심으로 적절히 버무려진 사운드가 곱씹을수록 맛이 살아났다. (쓸데없는 설명이 긴데 사실은  독일어에  갔다)


특정 언어의 발음이 더해졌다는 이유로 평소 같으면 즐기지 않았을 사운드를 개성 강한 작품으로 인식하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구나. 콩깍지 제대로 끼인 청각으로 발음을 음미하겠다며 무한 반복하던 어느 순간 당연한 질문이 올라왔다.


근데  가사 무슨 뜻이야?”

 



이러한 계기로 듣기 시작한  <Schwefelgelb> 음악의 대부분은 테크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하는 음악 장르를 테크노라는 단어 하나로 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테크노’라는 용어를 쓴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그들을 만난 계기가 되었기도 하고 몇몇 매체에서는 테크노로 정의, 분류하기도 해서다)

 [Zu zweit] 실린 앨범 [Das Ende vom Kreis] 그들의 음악 스타일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었다. 힘차게 쏘아붙이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타가 돌연 어딘가 아기자기한 멜로디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매력으로 다가와 많은 사람들이 [Zu zweit] 즐긴 것은 아닐까.


나를 사로잡은 독일어가 대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서 가사를 검색한 후 또 다른 자극이 나를 짜릿하게 했다.

[Zu zweit] 가사는 '외로우니 당신 나와 함께 가요' 정도의 뜻이다. [Zu zweit] 이외에도 귀여움을 내뿜는  [Alle Sterne] 영어로 “All Stars”라는 뜻이란다. 테크노를 표현 방법으로 삼아온 이에게 ''이라니. 듣는 이가 충분히 상상할  있는 영역을 한참 벗어난  <Schwefelgelb> 선택이 그들을 독보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극명히 대비를 이루는 스타일을 매력적으로 구사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참으로 살맛 난다.

예상치 못한 만남과 더불어 예상치 못한 전개야말로 삶을 다채롭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느 맛을 골라도 만족감이 대단한 아이스크림 상자를 만났다. 가볍게 분위기를 띄우고 싶을 때, 혹은 육중한 비트로 사운드의 힘을 피부로 느끼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뮤지션,  <Schwefelgelb>!


주의사항 : 비(非) 전문가의 감상일 뿐입니다. 더 알고 싶으시다면 음악을 듣고 영문 텍스트 등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Zu zweit]


https://www.youtube.com/watch?v=yrC3Puu_G5E




[Alle Sterne]


https://www.youtube.com/watch?v=Ztwdffq-HZg




[Durch Die Haare Die Stim]

https://www.youtube.com/watch?v=wVvxkjnm-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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