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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나 Jan 28. 2022

내가 메탈 코어라는 장르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메탈 코어의 참맛을 알려준 아티스트, Wage War

솔직히 말하면 장르로 뭘 구분하는 데 자신이 없다.

다시 한번  솔직히 말해 보자면 장르가 유의미할 때는 “엇, 이 노래, 요즘 내가 좋아하는 노래(곡)하고 되게 비슷하네. 이것도 같은 장르로 분류되는 건가?”라는 질문이 등장할 때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장르라는 구분 방법보다는 직관이  절대 기준이 되다 보니 장르라는 것을 진지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때로는 “그거 평론가들이 만든 거잖아. 내가 왜 그런 말장난에 휘둘려야 해?”라고 입을 삐죽거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메탈코어”라는 단어를 제목에 단 이유는 두리뭉실한 “감(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장르적 특성에 대해 전문가처럼 분석을 할 재량은 없으니 ‘감각’에 의존하여 그 특징을 논한다면….

내가 아는(느낀) 메탈 코어의 특징 중 하나는 언클린 보컬, 혹은 그로울링 창법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이 특징이 극도로 싫었다. 인간에게는 특정 음을 나열해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음악”이라고 지칭하는 것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런데 이 능력을 철저히 배제한 저 괴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면, 타고난 본능을 거부하는 저들의 행위를 같은 인간인 나는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불쾌하기만 한 괴성에 환호를 보이는 저들의 미적 감각은 어쩌다 저런 형태로 일그러진 것인가.




과거의 나에게 메탈코어만큼은 절대 가까이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었다.

취향 문제 이전에 오랜 시간 내 안에 축적된 “미”의 형상에 그로울링, 괴성은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자가 말했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비루한 내 취향도 그랬다.

운명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 번개가 내 귀를 내리쳤다. 이후 나의 음악 일상은 90도 정도 바뀌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신기하다. 어쩜 노래 하나를 계기로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거지? 맹세컨데 “번개”를 맞기 전까지 나의 음악 일상에서의 “메탈코어”의 위치는 영역을 표시하는 구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존재였다.

스포티파이의 Discover Weekly를 통해 어쩌다 접하는 장르였으며, 우연이라도 마주치는 게 싫어 ‘Hide song’기능을 통해 비슷한 장르가 소개되지 않도록 설정을 할 정도로 피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다.


내가 직접 선택할 일도 없을뿐더러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경로도 꼬박꼬박 차단하였으니 끔찍한 괴성 따위 들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편한(?) 마음으로 Discover Weekly를 듣던 2019년 3월 3일의 새벽, 음악의 신은 나에게 제우스의 번개보다 더 크고 강렬한 번개 창을 내던졌다.


(정확히는 2019년 3월 3일 1:55AM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자세한 시간 정보를 아는 건 다  last.fm 덕분이다. 언제부터 last.fm의 청취 기록 스크럽 기능을 사용했는지는 가물가물한데 이럴 땐 참 쓸모 있는 기능임은 확실하다. 문득 내 음악 감상 생활의 판도를 바꾼 그 노래와 처음 조우한 일시를 기록하지 못한 게 한이 되어서 뒤적거리다 last.fm으로 찾아냈으니! 감동스러운 경험이 하나만 더 추가된다면 월 사용료 3달러를 내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제 나의 음악 세계에 내리친 ‘번개’가 무엇인지 밝혀야겠다. Discover Weekly의 추천으로 운명처럼 만난 그 노래는 바로 Wage War의 <Stich>라는 노래였다. 스포티파이에서 Wage War를 검색하면 그들의 노래 중 가장 인기 있는 노래로 나온다.



 


 극적인 계기라는 게 이런 걸까?

Wage War의  <Stich>는 나조차 모르고 있던 감정의 스위치를 켰다. 그것도 단 한 번만에!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밀어내고 있었던 특정 장르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해주는 건 물론, 여태껏 잠들어 있던  “감각 안테나”가 눈을 떴다. 제우스의 머리를 겨냥한 헤파이토스의 도끼질에 아테나가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 속에서  “감각 안테나”는 솟아올랐고 명곡(적어도 나에게는) <Stich>는 지혜의 신 아테나처럼 메탈 코어라는 숲에 떨어진 나를 인도했다.  

 

 새로운 감각 안테나를 갖게 된 나는 오래도록 피했던 그로울링(혹은 언클린 보컬)과의 거리를 좁히게 되었다. 안테나 덕분에 괴성 안에 숨겨진 “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달까. 난공불략의 성벽처럼 느껴졌던 완고한 취향의 벽 하나가 무너졌다. 그 틈으로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양한 감각이 밀려 들어왔다. 이들이 또 다른 감각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일상의 팔레트에 오묘한 색 한 가지를 추가했다. 그렇게 내 삶은 또 하나의 색(혹은 도구? 요소)을 얻었다.




강렬한 만남 이후 메탈코어는 최근 나의 음악 생활을 구성하는 중요 장르로 급부상했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운명적 만남을 이룰 순 없겠지만 취향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만큼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는 방법은 없다고 굳게 믿기에!

몇 개의 글을 통해 메탈코어의 매력을 좀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살짝 매운 맛일수도 있는 Wage War의 <Stich>! 노래만 두고 봤을 땐 좋은 곡이 상당히 많은데 뮤직비디오는 왜 죄다 이런 스타일인 것일까. 메탈코어 밴드들의 뮤직 비디오는 여전히 불편하다. 가능하면 눈을 감고 감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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