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받지는 않았지만 환영 받은 결혼식
포카라는 천국같다고 말한다. 대지진 때 많은 손상을 입었겠지만 여전히 여행객들은 포카라에 모인다. 드넓은 호수를 노저어 가면 사원이 나온다. 거리는 한산하고 레스토랑도 한산하다. 그저 구름처럼 넘실거리며 시간을 보내며 되는 곳이다.
포카라에 도착해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몇 번은 차에 치일 뻔했고 몇 번은 염소를 칠 뻔 했지만, 별 무리 없이 이곳 저곳을 다녔다. 꽤 멀리 있는 사원도 다녀왔고 자전거 대여비는 뽕을 뽑았다. 게다가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잽싸게 참석했다가 퇴장할 수 있었다.
음식점인지 뭔지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여행객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얼굴을 하고 조심히 결혼식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서서 음식을 먹으며 네팔 춤을 추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와서 우리에게도 음식을 권했다. 오케이. 진입 성공. 초대장을 보여달라거나 축의금을 내라는 말도 듣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네팔리들의 결혼식을 볼 수 있다니 참 운이 좋은 하루구나 하면서 결혼식장을 나왔다.
밖에서는 저녁 연회 준비가 한 창이었다. 분주히 바베큐가 구워지고 악단이 신나게 연주를 했다. 그 중에서도 악단장같은 사람은 격하게 흥이 난 상태였다. 혼자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가 하면 눈을 감고 이상한 몸짓으로 행위 예술같은 것도 했다. 결혼식인데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네팔 사람들의 춤 사랑은 익히 알고 있었다.
"너도 가서 춰봐"
동주가 말했다. 나도 워낙 춤을 좋아한다. 선생님 체면을 자주 버리며 스테이지에 뛰어들어 학생들과 춤을 추던 나였다. 난 자전거를 땅에 눕혀놓고 춤판에 입성하였다.
악단장은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함께 원을 그리며 돌았다. 내 키만한 관악기를 짊어진 할아버지 셋은 더 신명나는 노래를 불어댔다. 곧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춤판을 구경했다. 저 안에 있는 결혼식 주인공들에게 조금 미안할만큼 거리의 사람들은 흥이 났다.
그렇게 그 곳에서 해가 질때까지 춤을 췄다. 전봇대 전선 위로 할아버지들의 관악기가 낮은 음자리표처럼 걸렸다. 클래식 음악을 자존감으로 삼는 많은 유럽의 나라들이나 K-POP을 내세우는 한국이 있지만서도, 음악에는 참 서열이 없다. 세계 음악 트렌드가 어쩌고 저쩌고 안중에도 없는 이 사람들이 진짜 무서운 뮤지션이 아닌가 싶다. 이방인도 춤추게 하는 사람들. 각 잡고 앉아있다가 부페를 실컫 먹고 사라지던 나는 그동안 결혼한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결혼하는 친구들을 위한 춤도 춰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