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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Jun 14. 2016

그 안에 나만이 널 심겨놓았던 순간순간이 있었는데,

결국 나는 그냥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무언가 노곤한 마음이 생길 때그때의 그 마음에 대한 기분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꼭 한결같이 ‘어찌할 바’를 잃어버려, 우물쭈물 노트북을 꺼내 브라우저 창을 껐다 켰다 반복하기만 한다. 무언가의 조각을 분명히 간절히 찾는 중이었는데 그렇게 20분쯤 헤맸을까. 원망스럽게도 나의 눈동자에 꼭 맞는 ‘어찌할 바’를 아직도 찾지 못해 결국 무심한 모니터를 허망하게 꺼버리고 만다. 이러한 반복이 가슴 깊이 자꾸만 올라올 때 찌푸려진 미간을 문지르며 그대로 잠으로 잊으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노래를 틀었다. 무언가로 나의 ‘어찌할 바’가 채워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그냥 평소처럼 가만히 누워 그냥 이대로 자버릴까 생각했다. 많이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나를 잡아당기는 간절한 새벽의 이 시간은 정말 오래간만이었기 때문에 뿌리칠 수가 없었다. 좀 예전엔 불을 다 끄고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르는 작은 소음, 불빛 하나에 의지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꽤 많이 찾았었다. 왠지 그 작은 평온한 순간의 초점을 너에게 가져가면 그대로 내게 와 닿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초침이 토칵토칵 하루 종일 도는 그 소리여도 좋았고, 새벽 창 밖에 홀로 지나가는 차들이 내는 불빛과 바람소리어도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확 오는 소리가 아니라 저 멀리서부터 작게 바람을 몰고 와 나를 지나가면서 더 멀리멀리 아쉬움이 생기게 하는 그 바람의 소리를 좋아했다. 이미 저 멀리 계속 작아지고 있는 소리이지만 끝까지 귀를 기울이며 그 잔음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멀어졌고, 사라졌지만 나는 그대로 내게 와 닿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그렇게 노곤함에 가라앉다가 갑자기 그냥 그리워졌다. 너무 오랜만의 기분이어서 더 그런 것일까. 그때의 그 마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미 돌아가 있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순간의 짧은 순간도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집중하던 때가 있었다. 풋내기의 마음에 또한 더 그랬으리라. 속에서 자꾸만 기쁘게 방실방실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 한 순간에 나를 저 높은 꼭대기로, 또 저 아래의 밑바닥을 치는 곳으로 스스로에게 끌려 주체 못 할 때가 있었다. 부끄러움이던지, 망설임 등의 자체가 내 솔직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방실방실 부품이 늘 날 어려워지게 했지만.  같은 시간 안에 같은 상황을 함께 보내면서도 사람은 각자가 모두 똑같을 수 없기에, 당연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은 온 마음과 온 신경으로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았었다. 결국 그때의 미련한 나는 끊임없이 날 괴롭힌 셈이고 너는 끊임없이 별 개의치 않았던, 너무나도 별것 아닌 괜한 열정을 부린 것이었다.

 

 그 덕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에 와서는 더 나를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최선으로 서로 남기 위해서는 오직 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충분한 사랑과 성과를 주어야 한다는 것에 기준으로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나 스스로 무심한 사람이라 생각이 들만큼 점차 정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원래의 내 것이 아닌 일이라 너무 어려운 반복이었다. 어느 정도의 범위가 있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완급을 가져야 하는지 너무 어려워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가끔 나 혼자 남겨진 시간일 때,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방황하고 있고 내가 어디론가 연기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나를 조금씩 깨워댔고 부스스 일어난 내 마음은 스스로 솔직해져 버리게 된다. 이럴 때 더욱더 솔직해지는 방법은 그때 내가 들으며 마음으로 너를 찾아갔던 그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 그 노래는 사실 나와 아무런 자세한 연고가 없는 가사를 읊조리며 흘러나오지만 그 안에 나만이 널 심겨놓았던 순간순간이 있다.  결국 나는 그냥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무것도 잡힌 것 없이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나 보다. 모든 진심이 통할 수는 없다. 또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아직도 나의 귀를 통해 흘러오던 모든 노래를 끈다. 눈을 돌려 아직도 무심한 모니터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노곤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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