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에서 치유의 하루를 경험하세요.

즐거운 ‘경기도서관’ 방문기

by 김은진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서관 첫 방문


경기도서관1.jpg 2025년 10월 25일 개관한 경기도서관



“오늘 저녁은 각자 알아서 드세요.”

오후 4시, ‘비밀의 화원’에 가기 위해 가족들에게 문자를 남기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출발하면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좀 멀긴 하지만 거리만큼 그곳에서 마주하는 평온함도 크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면 목적지가 보인다. 바로 내가 ‘비밀의 화원’이라 이름 붙인 ‘경기도서관’이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10월 25일 뉴스를 통해서이다. 면적 30,300㎡의 국내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이 경기도에 개관했다는 소식이었다. 푸른색 스킨다모스(이끼)가 심어진 나선형 계단을 지나는 환희에 찬 사람들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층층마다 이끼가 심어져있다니 놀랍기도 했고 정말 살아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처음 경기도서관에 방문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를 막 지난 시간이었고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선형 계단이 시선을 압도했다. 층층마다 놓인 공기정화식물을 만져보니 모두 싱싱하게 살아있는 진짜였다.

1층에 떡갈잎 고무나무, 여인초, 몬스테라, 코코엔젤이 보였다. 다른 식물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이름을 알아보았다. 아레카야자, 스노우 사파이어, 아비스, 스파티필름 등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유난히 짙은 초록색 식물들이 가득했다. 잎을 만져보니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갑자기 떨어지는 함박눈처럼 반가웠다.

침침하던 눈이 어느새 밝아지는 것 같았다. 식물을 보며 한껏 힐링하고 책을 읽기 위해 서가로 눈을 돌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발길이 멈춘 곳은 3층이다. 낮은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의자로 향했다. 사진이 많은 책을 여러 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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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책을 읽고 다시 책꽂이에 꽂기를 반복하던 사이 어느덧 창밖엔 해가 지고 있었다. 지금 집으로 출발하면 퇴근 시간이 걸려 복잡할 것 같으니 도서관에 남아 책을 더 읽기로 했다.

4층은 3층과 비슷하지만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요한 세상과 숨결을 주고받는 듯 앉아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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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을 들고 책상에 앉았지만 시선은 나도 모르게 밖을 향했다. 지나가는 차량,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어두운 밤이지만 낮보다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희미한 반영을 책읽듯이 바라보았다.


돌돌 말린 내 마음을 읽는 특별한 장소, 경기도서관


창밖으로 길게 이어진 차량의 라이트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불빛은 어둠을 통과해서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단어로 변신했다. 사람, 실패, 서툼, 망설임, 위로, 회복, 견딤, 사랑, …. 단어가 2층과 3층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하나, 둘 새싹처럼 자랐고 문장이 되었다. 식물이 자라듯 이곳은 생각이 문장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경기도서관을 비밀의 화원이라 이름 짓고 종종 찾곤 한다. 거리가 머니 자주는 다녀오진 못하고 수원을 지날 일이 있으면 들어가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오곤 한다.

최근 이곳에서 읽은 책은 일홍 작가의 에세이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였다.

표지에 온통 네잎클로버가 그려져서 어떤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안에 좋은 글귀들이 많았다. 얼마 전 방문한 날 눈길을 끄는 글귀가 있어 아래 옮겨 본다.


“내 마음처럼 모두가 당신 편이었으면 좋겠다. 불행할 일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의 모든 버팀이 마침내 커다란 기쁨으로 펼쳐지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p. 163)

일홍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중에서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상이 잠깐 내편에 머물다 그 사람 편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도서관이 집 가까이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쉽지만 갈 길이 머니 마감 시간 한 시간 전에 나왔다. 문을 나설 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의 한 문장이 어깨를 토닥였다.


“바라보는 눈이 바르면 세상 전체가 정원이 될 수 있어요.”


경기도서관에 자주 방문할 순 없지만 세상 전체가 정원이라고 생각하고 행복을 가꾸어 나가야겠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도서관에는 독서 공간 외에도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지하 1층에 보드게임과 게임플레이, 스튜디오존 등 놀거리가 있고 1층에 카페도 있다. 2층 세계친구책마을에서는 22국의 책을 만날 수 있고, 4층 기후환경공방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테라티움도 4층에 있다.

수원을 지날 때면 경기도서관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당신만의 달콤한 비밀의 정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까지이다.(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경기도서관4.jpg 스킨다모스(이끼)로 덮힌 나선형 계단

이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내용입니다.

멀어도 갈 수밖에 없는 도서관, 애칭까지 붙인 이유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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