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기 Apr 24. 2019

마치 사랑같았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1. 오랜만에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머리를 하러 갔다. 따듯한 것을 주시겠다고 하는 말에, 차가 있느냐 물었다. 여러 가지의 차 종류를 말씀해 주셨다. 그중에서 연근 차를 선택했다. 큰 유리 머그잔 아래 놓인 두 개의 마른 연근. 연근을 차로 마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이제 막 끓인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연근이 불기를 기다렸다. 연근이 불어 오르는 모습을 꽤나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따듯한 차의 맛은 분명 연근이었다. 다른 차들의 색깔처럼 쉽게 그리고 분명하게 물의 색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그 차는 연근차인 거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사랑이 가득한 내 마음, 쉽게 변하지 않는 색을 가지고 있어 나와 사랑에 빠졌을 때만 온전하고 선명한 감정과 느낌을 알 수 있게 되는 사람. 예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들이 생겨난다. 아무렇게나 내 감정대로 내지르지 않지만, 정확하고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내가 있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 인 거라고. 가장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그 말이 가장 맞는 말 같다. 어렸던 나의 모습이 지금의 나는 참 안타깝다. 다른 이들의 눈치만 보며 내 감정은 드러내지 못했던,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나 스스로 에게만 상처 주며 내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담담하고 강해지는 법을 몰라 눈물로만 내 마음을 위로했던 내가 있었다.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있었기에, 그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천천히 겪었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2. 알 수 없는 감정들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항상 분명하고 확실했던 감정들이었는데, 이상하게 모든 게 정신이 없다. 


3. 나는 봄이란 계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봄’이라는 그 한 글자에 괜히 마음이 설렌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와 함께하는 여름밤. 그리고 손만 잡고 걸어도 온기가 느껴지는 선선한 가을 저녁. 계절의 바뀜에서도 내 마음의 변화를 수없이 느낀다. 


4. 그립다. 보고 싶고, 안고 싶고. 그 상대는 당연히, 나의 당신. 


5.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받고 싶은 마음만 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