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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능, 질문을 받으면 갸웃한다.

by 후리랜서 작가



수정 전


택배가 우리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일반적으로는 물류센터, 중간 허브, 지역 대리점을 거쳐
최종 배송 기사에게 전달되며, 배송이 완료됩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로 ‘택배 물류 시스템’입니다.



설명서를 읽는 느낌이다. 궁금하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물론, 눈으로 읽는 글이라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 독자가 필요한 부분만 쏙쏙 골라서 읽어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영상대본은 순서대로 들리기 때문에 청취자의 인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내가 기대하는 정보가 다음 문장에서도 나오지 않으면 이탈한다.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수정 후


우리가 주문한 택배.
어떻게 하루 만에 도착하는 걸까?

대부분 택배는 수도권의 물류센터에 도착한 후,
대전의 허브 터미널, 지역 대리점을 거쳐
비로소 배송 기사님께 배당된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것 같지만,
명절 기간의 택배 물량은 하루 평균 1,850만 개!
[출처 : 국토교통부]

이렇게 많은 택배를 2일 내로 배송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바로,
택배 물류 시스템!



이처럼 물음표와 느낌표를 적절히 활용하면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유도하면 시청자는 끊어서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루 만에 도착하는 걸까?’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 없이 듣지 않고 한 번쯤은 ‘그러게?’하며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특히 느낌표는 억양 연출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냥 ‘택배 물류 시스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바로/[뜸 들이고]/ 택배 물류 시스템![강하게]’라고 말할 때 목소리의 고저, 감정의 세기까지 훨씬 풍부해진다.


이번에는 좀 더 재미가 없는 주제를 예시로 들어 보겠다. 이 영상의 목적은 ‘돈은 조폐공사가 만든다’는 정보를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다.


수정 전

대출을 이해하려면 먼저 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화폐를 찍어내는 곳이 조폐공사라고 알고 있으실 텐데요.

하지만 우리가 예금하고, 저축하고, 소비하는 ‘진짜 돈’을 창출하는 건 조폐공사가 아닌, 은행입니다.
은행이 돈을 창출하는 시스템은 이른바 ‘신용 창출’이라고 부릅니다.
한 마디로, 돈을 복사하는 겁니다.



수정 후

돈은 조폐공사가 만든다?
대출을 이해하려면 먼저,
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파악해야 하는데요.

흔히 화폐를 찍어내는 곳은 조폐공사라고 알고 있지만,
우리가 예금, 저축, 소비하는 ‘진짜 돈’을 창출하는 건
조폐공사가 아닌, 은행입니다.

그럼 은행은 어떻게 돈을 만들까요?
은행이 돈을 창출하는 시스템은 이른바 ‘신용 창출’이라고 부르는데요.
한 마디로, 돈 복사입니다.



이 예시는 ‘돈은 조폐공사가 만든다?’라는 의문형 도입으로 시작하면서 기존의 상식을 흔든다. ‘과연 그럴까?’ 하는 식으로. 이런 장치는 ‘내가 알고 있던 게 틀릴 수도 있어?’라는 호기심을 유도한다.



마지막 문장 ‘한 마디로, 돈 복사입니다’는 전문용어 ‘신용 창출’을 일상어로 번역해주면서, 청자가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게 만든다. 수정 전에는 문장형이었지만, ‘돈 복사’라는 명사로 바꿔서 더 임팩트가 있다.



이처럼 <호기심 유발 → 개념 설명 → 일상어 치환> 3단 구조는 지식 콘텐츠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물음표와 느낌표 역시 너무 남발하면 오히려 말투가 과장돼 보이고 가볍거나 유치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쓸데없이 계속 질문하고 놀라고 강조하면 시청자는 피로해진다. 무엇보다, ‘강조’라는 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어야 부각된다. 모든 문장과 내용을 대단한 내용인 것처럼 말하면 정작 중요한 내용은 묻힐 수 있다.




핵심은, 강조할 부분을 정확히 심어 주는 것.

그래야 더 강하게 살아난다.






[좋댓구알을 받는 대본에는 공식이 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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