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그러려고 엄마 아빠가 고생하는 거지.” 아빠는 성공했다. 엄마 아빠 덕분에 나는 크게 돈 걱정 없이 자랐다. 쓸데없이 펑펑 쓰지도 않았고 사치의 습관도 없었지만. 살 곳 잘 곳, 입을 것 먹을 것 걱정 없이 절대적 가난 없이 자랐다
아빠는 가난했다. 동생을 돌보고 물을 길어오느라 시간이 없어서 숙제를 못 했고, 육성회비를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혼나는 게 싫어서 안 갔다고 했다. 이런 얘기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엄마도 그랬다. 부자로 살다가 기운 형편 탓에 4남매의 가장이 됐다. 늘 마치지 못한 학급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주판을 잘하던 이야기, 필기를 잘하던 이야기, 선생님의 칭찬받던 엄마의 어
린 날 이야기를 어릴 적 나는 자주 들었다.
얄궂다. 돈 걱정 없이 살았지만 모든 게 채워진 건 아녔다. 몇 문장으로 다듬어지지 않는 시간으로 인해 내겐 부족한 것들이 생겼다. 그중 가장 큰 건 사랑·애정 같은 정서적 지지였다. 내가 돈 걱정 없이 자라는 것이 엄마 아빠의 바람이었다면, 언젠가 태어날 내 아이를 향한 나의 바람은 외롭고 두려운 감정에 지지 않고 다정한 마음 안에서 자라는 것. 나 또한 나의 결핍을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