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지혜 Sep 28. 2021

03 불안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 뭐가 불안하세요?

1부 익숙해서 두려운 것

불안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

아니, 뭐가 불안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이 질문에 간편히 답하려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여전히 한쪽 맘이 묶인 채 산다. 연약한 나는 늘 속 해 있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자면 모래시계를 여러 번 뒤집어도 모자란 데 “무슨 일 하세요? 벌이는 어떻게?” 물어오면 멈칫, 두 눈동자를 왼쪽 아래로 가만히 몰아 놓게 된다. 내 안에 내가 있는데 세상 안에 내가 없다. “불안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불안을 잠재운 나의 방법을 소개했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어요. 9시간이 걸린 날도 있고 9초 만에 끝낸 날도 있죠. 어쨌든 매일 쓰고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그러다 여기까지 왔네요. 부담 없이 하루하루 매일 꾸준히 뭐 든 한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불안이 지워진 듯 확신에 차 말했다. 거짓이 아니다. 정말로 그랬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정작 중요한 걸 빠뜨렸다. 내가 불안했던 이유. 그걸 먼저 말해야 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 싫다.

끊임없이 마주하고 풀어나가야 할 나의 불안 지뢰다.


떨어져 가는 통장잔고도 불안했고 걱정에 뺏긴 대책 없는 시간도 불안했고 가까스로 이어온 경력이 끊길 것도 불안했으나, 내가 가장 불안했던 건 내가 정말 두려웠던 건 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볼, 존재감 없는 쓸모없는 애로 볼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회사를 관두니 방패막이로 쓸 신분이 사라졌다. “오늘 쉬는 날이세요?” 물을까 봐 미용실 가길 망설였다. 그래서 뭐든 해야 했다. 하여튼 뭐든 해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님 을 증명해야 했다. 나 대신 불안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전글 02 ‘나를 사랑하는 법’,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