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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Nov 15. 2022

맛집 작가가 맛집 찾는 법

feat.눈과 직감

  요즘 내가 숱하게 듣는 별명 중 하나는 '맛잘알', '맛선생'이다. 남들은 회사에서 딴짓한다며 핀잔 들을 맛집 블로그 탐색을 당당하게 하루 종일 해도 되는 꿀보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헬보직임은 나중에 토로하겠다)을 맡았다. 물론 종래엔 직접 찾아가서 맛을 보고 방송에 나올 만한 집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우선 직접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감당할 만한 집인지를 입이 아닌 눈과 직관으로 판단해야 한다. 휴일이면 여행지 맛집 찾기로 꽤나 시간을 보내던 습관에 직업적인 노하우까지 더해져 이젠 맛집을 찾는 눈을 제법 길렀다. 사람 수만큼 입맛 역시 가지각색이지만, 어느 정도 참고가 될만한  공통점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1. 오래된 집은 다 이유가 있다


  맛이 없으면 손님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30년 전통, 2대째 영업 중이란 문구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토록 오랜 시간 손님이 끊기지 않았다는 건 적어도 맛에서 실패할 확률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세 통계에 따르면 폐업 음식점 수를 설립 음식점 수로 나눈 폐업률 평균이 83.7%에 달한다. 창업 후 5년을 버티는 음식점이 10개 중 2개밖에 안 되는 현실을 마주하면 ’노포’의 의미가 조금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지역에 노포를 더해 검색창에 입력해보자. 절반은 성공할 수 있다.


2. 사장님의 자부심에 귀 기울이자


안 먹으면 진짜 후회할 뻔한 맛이었다

  맛있는 음식엔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좋은 재료를 공들여 들여오고, 번거로워도 한번 더 손길을 더하고, 그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 자식같이 느껴진다. 인터넷에 맛집을 소개하는 사람들 중엔 붙임성 좋은 이들도 꽤 많다. 키워드에 맛집 + 사장님을 함께 검색하면 글쓴이에게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늘어놓은 일화를 종종 볼 수 있다. 내 음식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집이라면, 비록 입엔 안 맞을 지라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확률이 높다.


3. 나만의 '맛선생'을 섭렵하자


  개인 SNS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소개하는 것이 맛집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주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나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거주&활동하는 한두 지역의 맛집을 집중적으로 올리기 마련인데, 내가 찾는 지역의 괜찮은 맛집을 괜찮은 방식으로 소개한 글을 찾게 된다면 그 글을 쓴 사람이 소개한 나머지 식당들도 꽤 괜찮을 확률이 높다. 그 사람이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서 찾은 식당도 평이 괜찮다면 믿을만하다. 일종의 ‘나만의 맛잘알’을 지정하는 방법이랄까? 듬직한 맛잘알 SNS를 몇 개만 알아두어도 맛집 찾기는 한결 수월해진다.


4. 때깔을 잘 살펴보자


  식당에 직접 가서 맛을 보기 전까지 눈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눈으로 최대한 적합한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대략 식당의 청결도, 반찬의 상태 (오래되었거나 누가 봐도 윤기와 혈색(?)을 잃은 형태는 아닌지), 반찬의 종류 (5분이면 세 가지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쉬운 반찬인지, 딱 봐도 집에선 쉽게 못 해 먹는 공들인 반찬인지), 본 메뉴의 서빙 상태 등을 잘 살펴보면 의외로 걸러도 될 식당들이 눈에 쉽게 뜨일 것이다.


5. 그간 축적해 온 감각을 믿어보자


두뇌는 맛집 찾을 때 쓰는 것이다


  완전히 주관적인 이야기다. 식당은 누구나 자주 가는 공간이고,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더욱 식당에 자주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일명 맛잘알). 맛잘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축적해둔 맛집의 데이터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간판이나 분위기, 메뉴만 활자로 보아도 어느 정도의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두루뭉술한 내용을 읽으려고 이 글을 클릭한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지금껏 축적해온 나만의 데이터를 공유해보자면,


간판이 심플한 집

메뉴도 아주 간단하거나, 한두 가지 재료를 응용해서 만든 요리로만 메뉴를 구성한 집

어떤 재료를 썼다거나 어떤 기법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메뉴판이나 식당 벽에 붙여둔 집

흔하지 않은 반찬을 주거나 독특한 조리 방식, 재료 조합(그러나 납득은 가능한 범위여야 함)이 있는 집

사장님이 친절한 집


정도가 될 듯하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위와 같은 조건의 집들은 대부분 직접 가보더라도 실패가 적었다.


  TV 프로그램도 유행을 탄다. 어느 때는 퀴즈 프로그램이 많았고 어느 때는 오락형 프로그램이 많았고 요즘은 관찰 프로그램이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요가 있는 게 바로 맛집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더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싶은 나의 직업 정신만큼, 더 맛있는 식당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길 바란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고, 숨은 맛집은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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