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원망으로 되돌아온 순간

이탈유발자들 8

by 블루콤마

가끔은

호의로 시작된 일이

되려 그에게

선을 긋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나이 또래라서

가족들끼리도 자주 어울렸던

사촌동생이 있었다.


서로의 성장과정을 쭉 같이 봐왔던

가까운 친지 사이였다.


가끔 사촌동생을 포함해서

다같이 가족여행을 가기도 했고

더러는

시내에서 만나 둘이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워낙 둘다 P성향이 강했던 터라,

둘이 계획을 짜서

여행을 간 적은 없었다.



이후 나와 사촌동생 모두

대학에 입학했고

서로의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은 다양한 갈래로 흩어졌다.

어떤 친구는 외국 유학을 선택했고,

어떤 친구는 모은 알바비를 모두

여행비로 쓰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과 타이밍이 맞으면

나도 함께 짧은 해외여행을 떠났다.



해외 경험이 많진 않았던 터라

친구들과 보는 낯선 세상이

즐거웠고,


그 이야기를 사촌동생에게도 자주 했다.

내가 각 나라에서 사온 선물을 전달하며,

여행 얘기를 할 때마다

사촌동생은 자신도 기회가 있으면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거듭 추천하며

여행을 권유했지만,

언제나 사촌동생은 다른 이유로

여행을 선택하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지났고,

아쉬워만 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가까운 나라로 짧은 여행을

제안했다.



나는 P성향이라

여행 계획도 섬세하게 못 짜는 성격이지만

서툰 솜씨로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해 여행을 즐겼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준비한 여행 코스를 애써 안내했고,

사촌 동생도 여행 내내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내 초기 목적이 달성된 것 같아서.


이 여행을 시작으로

동생도 자유롭게 자신의 여행을 계획하며

다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선망만 하지 말고,

뛰어들어서 계획을 세워보길 바랬다.

누가 자신이 원하는 걸

알아서 해주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날,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이며,

이번 여행이 어땠냐고 묻자

사촌동생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걸

혼자만 하고 다녔다는 게

부럽고 질투난다. 왜 그랬어.”


이 말을 듣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여행이 본인을 위해서

기획된 걸 알면서

왜 이렇게 생각을 한 걸까.



난 그 말에 설핏 웃었고,

그게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 사촌동생은 그 이후로도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그 친구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를 먼저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물러선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유능한 직원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