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유발자들 1
이사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졸업사진을 보고
오래전 그날의 감각이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의 작은 문제였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대학 친구들이 있었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 후기를 나누고,
떨어진 날에는 이유를 추측하며
밤늦게까지 통화를 하던 사이였다.
우리는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서로의 고민과 한탄을
편하게 나눴다.
그중 한 친구 A와는 특히 그랬다.
비슷한 회사들을 목표로 삼았고,
그래서 서로의 불안을 가장 많이
털어놓던 사이였다.
우린 너무 급속도로 친해져
마치 오래된 친구 같았고,
A와 나 중에 누가 먼저 잘 되더라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서로를 아꼈다.
그리고 나는 먼저 합격 발표를 듣게 됐다.
기쁘기도 했지만,
합격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할 때는
조심스러웠다.
한편으론,
내가 먼저 걱정 하나를 덜었으니
A가 잘 되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내가 겪은 과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합격 후
이전처럼 친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로
내 도움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축하는 어색했고, 전화는 뜸해졌다.
나는 기쁜 기색을 감추었다.
우리는 여전히 모였지만,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리고 어느 순간
A를 제외한 친구들 사이에
첫 월급 이야기가 오갔다.
“첫 월급 받으면 밥 한 번 사는 거지?”
나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친구들을 대접할 돈이 아까워서도,
형편이 어려워서도 아니었다.
그 상황이 불편했다.
과연 내가 축하받는 자리에서
A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괜히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가
A와의 사이가 더 멀어지는 건 아닐까,
이 자리에서 나는 축하를 받고
A는 탈락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차마 속 편히
‘내가 첫 월급 기념으로 밥 살게!’
하는 말을 시원하게 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불편함을 설명할 기회는 없었다.
그저 나는 속 좁은 사람이 되었고,
그 일은 오래도록 친구들에게
서운함으로 남았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다른 친구 B에게 그때의 상황과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B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에 말했다.
“그래도 첫 월급인데,
한 번은 밥을 샀어야지.”
그리고 A 또한 그 부분에 대해
섭섭해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내가 섭섭했던 건
밥을 사지 않았다고
오해받는 일이 아니었다.
그 순간에 내가 왜 불편했는지,
그 순간 선택을 얼마나 망설였는지,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 친구들과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모임을 한동안 유지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또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끝끝내 서로의 마음을 풀어낼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에게 나는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한창 예민하던 그때
내가 그들을 상처 준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과 좋았을 때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그 쌓인 감정들을
풀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또한 욕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어떤 사람과는 통하는 때가
따로 있는 것 아닐까.
힘든 시간 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기에
더 마음 아프게
그들과의 공간에서
마침내 나는 한 발짝 발을 떼었다.
*다음 화에는 '내 마음 온도와 끝내 맞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