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회사에서 듣게 된 낯선 질문들

이탈유발자들 3

by 블루콤마



결혼을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질문의 결이

달라졌다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다만, 회사라는 공간에서도

그 변화가 내게 영향을 미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허니문을 다녀온지 얼마 안되어

업무상 출장을 다녀온 후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복귀했다.


피로를 달래려

탕비실에서 모닝 커피 한 잔을 내리는데

같은 층을 쓰던 상사 A가

내 뒤로 따라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는 얼굴이라 반가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늘 그렇듯 스몰톡을 꺼냈다.


다만, 그가 꺼낸 스몰톡 주제는

내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콤마씨. 남편 아침은 차려주고 나왔어?”


불시의 일격을 받고

손에 들고 있던 컵이 흔들렸다.



A는 같은 층에서 오래 지내며 얼굴을 익혔고,

일을 함께한 적도 있었으며,

사적인 대화도 나눌 만큼 가까운 편이었다.


그런 그가,

결혼식 때에도 잠시 스쳤을 뿐

남편과 제대로 대화도 나눠본 적 없는 그가,

남편의 아침 식사 여부를 묻는다는 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 아침은 저도 못 먹고 나와서.”


내 대답에 그가 응수했다.


“그래도 챙길 건 챙겨줘야지.

나도 못 얻어먹어서 배고파.”


알고 보니 A는

자신의 아내가 아침을 챙겨주지 않아서

배가 고픈 채로 출근한 게

불만인 모양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아침을 먹고 다니는지를

물은 적 한번 없는 그가

왜 이제와서 남편의 끼니가 궁금했는지.



그때는 그저,

그의 아내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우연히 나에게 흘러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비슷한 장면은,

생각보다 금방 다시 반복되었다.


다른 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또다른 팀원 B와 마주쳤다.


그는 대뜸 자신이 입은

카라티셔츠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름 너무 심하죠? 하...”


자신이 입고 있던 카라티셔츠를 당기며

구겨진 곳을 일부러 보여주었다.


나는 그가 꽤나

신경쓰고 있는 듯 보여 대답했다.


“주름이 좀 있긴 한데,

밝은 색 옷이라 주름이 잘 안보이니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저 이거 일부러 입고 왔어요. 일부러.

내가 이렇게 주름진 옷 입고

회사 가는 거 와이프 보라고.”


그는 구겨진 옷을 보며 아내 탓을 했다.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 수 있지만,

그걸 외부 사람인 나한테까지 말하니

당황스러웠다.


내가 미처 할 말을 찾기도 전에

그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콤마씨도 남편 셔츠 잘 다려줘요.

남편들 불쌍해.”


그는 어쩌다 생판 모르는

내 남편의 셔츠를 걱정하게 되었을까.



그때쯤 현타가 왔다.


회사에 결혼 사실을 알리는 건
피할 수 없는 절차였지만,


왜 회사에서까지
‘아내로서의 역할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 별로인 건,
그들이 내게 묻는 질문이 늘 한 방향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남편이 마땅히 남편 역할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에겐 그 말들이

그저 지나가는 잡담, 농담, 조언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기는

결혼 후 남편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처음으로

아내, 며느리, 결혼한 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새로운 가정 안에서

적응해가던 기간이었다.


그 과정은 내게도 쉽지 않았기에

동료의 낯선 질문들이

차가운 비수처럼 꽂혔다.


그들이 같이 지내온 직장 동료로서

나와 가까운 입장에서

고민해주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부끼리 서로 돕고 지낼 수 있는 방법,

협의점을 찾는 방법들을

함께 이야기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이런 일들은 반복되었고,

여전히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고 낯설었다.

얼굴 마주한 내가 아니라,

바깥에 있는 타인을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래서 나 또한 그들에게 가졌던

인간적 인정을 조금 도려냈다.


그리고 그만큼은

나를 응원하는 데 보태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 화에서는 '모두가 외면한 잘못'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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