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들이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

by 오렌지

학기 초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 주간을 가집니다.

혹은 상담 주간이 아니더라도 학부모님께서 따로 상담을 신청할 수도 있지요.

혹은 특정 사안에 대해 소통이 필요할 때 교사가 학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기도 합니다.

학부모 상담은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정말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런데 이때, 간혹 교사가 학생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이지요.


"ㅇㅇ이가 이번 기초학력 진단검사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이 미달로 나왔어요. 방과후 기초학력 수업을 등록하는 것 어떨까요?

"ㅇㅇ이가 친구들에게 자꾸 싸움을 걸어서 친구들이 힘들어 해요."

"ㅇㅇ이는 속이 상할 때마다 속상한 이유를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울고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많은 학부모님들은 진지하게 경청하시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학부모님들도 계십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수업에 등록하길 권유해드렸을 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며 "네... 공부는 좀 못해도 건강하면 됐죠 ㅎㅎ"라고 대답하는 분도 계시고

"이미 국영수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괜찮아요~"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갈등을 자주 빚는 것,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대신 울고 소리를 지르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려도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시지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문제 행동을 했는지 상세히 알려드려도 "아... 그렇군요. 집에서도 그래요 ㅎㅎ"정도로 반응하기도 하십니다.


혹은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드리는 것을 기분나쁘게 여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니, 지금 우리 아이가 머리가 나쁘다는 건가?!'

'우리 애 성격이 이상하다는 건가?! 어떻게 이런 말씀을...' 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교사의 나이가 젊은 경우에는

"아직 애도 안 키워본 젊은 사람이 뭘 안다고 우리 애를 판단하는 거죠?"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담임 교사가 학부모 상담 중 아이의 학습이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할 때는 절대 간과하면 안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학부모 상담에서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하기 전까지 교사들은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학부모님께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전까지 과연 그 이야기를 해야할지, 해도 되는 것인지,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지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가령 학부모 상담에서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경우,

그 말을 하기까지 선생님은 아이가 정말 주의 집중을 못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검증의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내 앞에서는 주의 집중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혹시 다른 교과목에서는 주의 집중을 잘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다른 과목 선생님들께 일일히 '선생님~ 혹시 저희 반 학생 중 ㅁㅁ 과목 시간에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는 없나요?' 같은 질문을 드립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학생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만일 학생이 상담실에 찾아간 적이 있다면 상담 선생님께도 조언을 구합니다.


두 번째, 교사는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를 만나며 축적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를 꽤 정확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가끔씩 학부모님들 중에는

'젊은 선생님이라 아이를 안 키워봐서 우리 애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거야.'

'저 선생님은 아직 본인 아이가 어려서 뭘 모르는 모양이야.'

'선생님은 아들을(혹은 딸을) 안 키워봐서 우리 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에 대한 폭 넓은 교육학적 지식을 갖췄음은 물론이고

ADHD가 있는 학생,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학생,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 특수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을 매 해 겪으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꽤 신뢰할만한 빅데이터를 축적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정확하게 아이들의 문제를 꽤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이지요.


간혹 '아이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운 부모가 잘 알지, 만난 지 얼마 안된 교사가 잘 알겠어?' 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하지만 아이가 집에서와 학교에서 꼭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는 의젓하게 행동하던 아이가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습니다.

ADHD의 경우 치료를 시작하면 금방 호전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다른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도 상담 및 치료를 얼른 시작할 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간과하고 상담과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아이의 심리·정서적 문제는 크게 악화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기초학력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학력 부족은 학년이 올라갈 수록 누적됩니다.

가령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구구단과 사칙연산을 익히지 못한 학생이 고학년이 되어 수학 시간에 분수의 곱셉과 나눗셈을 배울 때 잘 따라갈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학생이 중학생이 되어 방정식을 배울 수 있을까요?

고등학생이 되어 미분을 배울 때는 어떨까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수학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의 자존감과 학습 동기는 급격히 떨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학력을 쌓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기초학력 부족 문제를 인지하게된 즉시 기초학력을 복구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혹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신데, 하위권 학생을 위한 학원이 아닌 이상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학원 수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1:1 혹은 소인수(2명 정도) 수업이 꼭 필요합니다. 다년간 기초학력 방과후 수업을 했던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기초학력 수업은 수강생 수가 2명을 초과할 경우 수업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한 마디로 학부모 상담 중 교사가 아이의 학습이나 행동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할 경우, 절대 간과하지 말고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어떤 어른을 만나고, 부모 및 교사 등 '중요한 타인'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적절한 도움을 받는지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아이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하여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함께 협동하는 새학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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