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 들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
최근 몇 년간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빠와 아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는 장롱 같은 어두운 곳에 들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만약 영화 주인공이었다면 저 능력을 로또 사는 데 썼을 텐데...
수능시험 하루 전날로 돌아가 시험을 만점 맞을 텐데...
물론 주인공의 아버지께서는 나쁜 의도로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짓(?)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역시 영화에서는 달랐다.
주인공은 매일을 두 번씩 살면서,,
그 순간에는 미처 모르고 지났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깨닫게 되는 과정이 참 좋았다.
바빠서 미처 보지 못했던
편의점 직원의 웃음도, 직장동료의 얼굴도, 가족들과의 시간도...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운 장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한 순간..
아빠가 죽고 나서,
아들은 아빠가 죽기 전으로 자꾸 되돌아가 아빠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아빠를 정말로 보내주기로 결심하고,
아빠와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순간을 선택한다.
그 순간은 바로 아들이 어릴 적,
아빠와 해변가를 거닐며 산책하던 순간...
그 당시는 당연하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심지어는 지루하다고까지 느꼈을 그 시간...
정말 소소한 시간이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내가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난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
내가 중학교일 때의 어느 날,
10분만 더 자겠다는 나를 굳이 깨워 아침밥을 먹으라는 엄마 덕에
허겁지겁 몇 숟갈 밥을 먹고
행여나 우리 자매가 추울까 미리 나가 차에 시동을 켜 놓고 기다리시다가
등굣길에 차를 태워주시는 아빠의 모습.
그 날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아무것도 아니었던 날...
나도 영화 주인공처럼
장롱 속에 들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망상에 빠져
장롱을 열어보지만,,
그 속에는 시간을 정통으로 맞은 유행 지난 옷들뿐.....
결론은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
사람들에게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해 물어보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고, 연애도 열정적으로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수도 없이 말한다.
하지만,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들 한다.
10년 후의 순간에서 보면 지금이 10년 전인데...
10년 후의 내가 어느 장롱 속에 들어가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렇게도 돌아가고 싶어 하는 10년 전의 순간이 지금이다.
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