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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댄스

#몸

by 반짝반짝사진방

사진을 업으로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달 초에는 폴댄스를 촬영했다. 영어회화모임에서 만난 H는 폴댄스를 한다고 말했고 내게 사진을 보여줬다. 폴댄스는 봉에 매달려(매달린다는 표현보다는 봉을 이용하여) 다양한 자세를 유지하는, 춤이라기보다는 운동에 가깝다. 그래서 폴댄서 말고는 적당한 호칭도 떠오르지 않는다. 봉에 의지해 아름다운 자세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난한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몸 전제가 유연해야 하고 근력도 상당히 필요하다.

'접힘과 펼침' 폴댄스의 동작을 보고 떠오른 말이다. 몸은 봉을 중심으로 웅크려 원을 이루거나 팔다리와 허리가 한껏 펼쳐져 직선을 만든다. 중력을 거스른 것처럼 몸은 바닥에 닿을 필요가 없다.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봉과 피부의 마찰력이 몸이 공중에 머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의 바닥과 천장에 연결된 봉은 회전한다. 따라서 몸도 회전한다. 접힌 덩어리와 펼친 선이 교차한다. 오르내리거나 회전하는 몸은 느린 궤적을 그린다. 무중력의 우주인과 수중의 잠수부다. 봉이 회전하는 잠깐 동안 공간을 부유한다. 몸통과 손, 발, 머리의 질서가 무너지고 무정형이 된다. 인간 몸의 인상은 선입견이 된다. 애초에 대상은 형태란 것이 없다는 듯 둥그렇게 뭉쳤다가 위아래로 펼쳐지고 다시 수평으로 길어진다.

내가 알던 사람의 모습은 빙글빙글 돌며 아름다움과 어리둥절함을 왕복한다. 사진은 이를 포착한다. 내가 너라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던지는 방법은 둘 중 하나가 물구나무서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렇게 눈앞의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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