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너머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by 오렌지

일로 묶인 단체 카톡방이라는 게 그렇다. 구성원들 간 친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혹은 필요한 순간에 따라 대화가 활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명의 담당자가 여러 사람을 동시에 소통하기 위해 모아놓은 방이라면, 더욱더 용건 위주의 대화만 오갈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그중 한 단체 방에서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소통’에 대한 아쉬움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사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담당자님이 요청 사항에 대한 안내 메시지를 남기고, 그에 반응해 누군가가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반가운 마음에 나도 하트 응답을 찍고, “OO님들 그리고 OO담당자님, 한 해 달려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말과 함께 연말·새해 인사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모티콘도 곁들여서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어진 메시지들은 오직 본인들이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뿐이었다. 순간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싶어 당황스럽고, 솔직히 좀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각자 기분이 그럴 수도 있고, 매번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연말·새해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생각이 컸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남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늘 떠올리면서도, 이번 일은 좀처럼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같은 프로젝트 팀까지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은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고, 어느 정도는 서로를 알고 있으니 짧은 메시지라도 주고받으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혹시 내가 실례라도 했나?’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그들과의 성향까지 다시금 헤아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중요하게 여기는 내 가치관이 크게 작용한 듯싶다. 요즘 나는 ‘기다림에 너그러운, 명랑한 어른 되기’가 화두다. 그런데 이렇게 사소한 단체 카톡방 인사 문제로 속이 좁아지는 내 모습을 보니, 스스로 쪼잔한 건 아닐까 하는 자문도 든다.


텍스트로만 오가는 대화 속에서는 서로의 진짜 상황을 알기 어렵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오해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나 역시도 ‘내가 건넨 좋은 의도를 왜 몰라주지?’ 하고 상대를 탓하는 마음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결국, 이 모든 게 소통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스쳐 가지만, 정작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도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의 대화 관련 저서 중에서


기술이 발전해 어디서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대지만,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받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문장 너머의 표정과 숨결, 작은 뉘앙스까지 전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인사말이든 짧은 안부든, 그 안에 담긴 호의와 진심을 섣불리 흘려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작은 서운함을 계기로, 나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텍스트 너머에도 분명 존재할 따뜻한 마음까지 살피며, 조금 더 너그러운 명랑한 어른으로 나아가고 싶다.


#단체카톡방 #연말·새해 인사 #당연함 #서운함 #존중과배려 #텍스트메시지 #문장너머 #표정과숨결 #작은뉘앙스 #따뜻한마음 #너그러운 #명랑한어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말, 시간을 품어주는 친구들과의 귀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