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를 산다는 것은

잘 먹고 잘 자는 편안한 하루의 귀함을 아시나요?

by 콩작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생각한다.



나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불안이었다. 어느 날 기척도, 조짐도 없이 찾아온 불안이라는 손님은 꽤 오래 나와 함께했다.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불쾌하게 빠르게 뛰는 심장이었다.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청년기는 매사에 초조와 긴장을 느끼지만 애써 무시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때때로 불안이 사라지는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인가에 '몰입'을 할 때였다. 취업을 하고 정신없이 회사일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이 잠시 사라지기도 했기에 20대와 30대에는 일에만 매달렸다.


불안과 함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서 병원을 찾지 않았다. 불안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자 성격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소심함. 이것이 내가 불안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심장의 두근거림, 몸에 냉기가 도는 느낌, 손바닥에 땀이 차는 느낌은 불안 장애나 공황장애의 일종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심장의 두근 거림이 30대에 들어서 사라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실은 조금 완화되었을 뿐 밑바닥에 깔린 불안은 그대로였다.


바로 직전에 다니던 직장은 외국계 IT 회사였다. 서툰 영어 때문이었는지 경쟁적인 회사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협조보다는 지적이 난무했던 팀 문화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처럼 불안이 다시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고, 전날 있던 회의를 녹음해 복기할 정도로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서툰 영어가 문제 되지 않게 일을 해왔음에도 여유 없는 마음에는 서툰 영어가 큰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혹시나 영어를 못해서 놓친 일이 있을까 봐 녹음된 회의 내용을 듣고 또 들으며 전전긍긍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불안은 모든 것을 잠식했고, 주의력 결핍 장애가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불안과 우울은 동류의 친구다. 막상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몰려드는 우울과 패배감에 몸부림쳤다. 왜 나는 이 모양인가. 왜 버티지 못하고 또 쓰러지는가. 어째서 참지 못하나.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때쯤에 와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다시 살자. 이렇게는 못살겠다.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 창자 끝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이 목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요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즐긴다. 새벽이 주는 맑음과 고요함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불안 때문이었다.


눈을 뜨면 습관처럼 퍼지는 불안감에 새벽 요가를 시작했다. 몸에 집중하는 몇십 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하루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후로 출근 전에 홀로 요가를 했다.


새벽에 요가를 1시간은 해야 사라지던 불안은, 점점 30분만 해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터는 아침에 요가를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눈을 떴다.


월요일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일요일부터 어김없이 찾아왔던 불안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루를 주중과 주말로 구분하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이 계속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와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하루가 얼마나 귀하고 귀한 것인지 알겠다.


그래서 때로 타국에 일어나는 좋지 않은 소식에 마음이 아릴 때가 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불안이 찾아올 때면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었는데 전쟁으로 그날 저녁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낄 사람들의 불안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불안이 주는 마법 같은 선물이 있다. 겪고 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바로 편안한 하루의 귀함을 아는 것. 이런 하루를 선물로 여기는 마음이다. 눈을 떴을 때 편안하고 나른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켜고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하는 동안 나는 감사함을 세포 하나하나까지 오롯이 느낀다.


세월이 지나 돌고 돌아 이런 시간이 기적처럼 도래했다. 지금 주어지는 안전한 삶, 다정하고 소소한 일상, 잘 먹고 잘 자는 편안한 하루. 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보통의 시간이 귀하고 귀하다. 절대 당연하지 않다. 편안함은 삶이 주는 선물이다. 그러니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홀로 속삭일 수밖에. 삶이여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오늘도 잘 먹고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