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궁시렁거려 봅니다.

by 콩작가

내 하루의 일과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가고 회사가 끝나면 요가를 2시간 정도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월, 수, 금은 명상 수업까지 듣고 자는 것이다. 하루 3시간을 요가와 명상을 위해 쓰는데, 겨울에는 새벽요가까지 늘려서 4시간을 썼다. 이건 뭐 거의 종교인 수준이다. ㅋㅋ 이제까지는 이런 하루의 루틴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조금 패턴을 바꿔보기로 했다. 요가와 명상만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즐거워졌다. 그래서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한다. 매일 써보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매일 아무 주제나 써볼 생각이다. 진지하게 쓰고 싶은 글은 진지하게 쓸 예정이지만.


가끔 의도치 않게 몰입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 무엇인가에 푹 빠질 때가 있다. 근 4년 사이에는 요가와 명상이 그랬던 것 같다. 이 두 가지는 이제는 내 삶의 동반자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장기간 빠지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어느 날 보면 하루 10시간씩 하고 있는 것들이 생긴다. 의식해서 찾는 것들이 아니어서 갑자기 왜 빠졌는지 이유는 모른다.


이번 주말 동안에는 침착맨의 게임방송에 빠져버렸다. 레데리 게임을 보면서 피식거리다가 포 더 킹 게임방송 10시간짜리를 금요일 내내 봤다. 금요일 밤에 잠이 들면서 이게 뭔 짓인가.. 했는데 다음날에도 머릿속에 아른거리고 다음 게임 방송을 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역전재판 게임방송을 또 한 6시간 정도 본 것 같다. 나도 미친 것 같지만 ㅋㅋ 지금도 역전재판 게임 엔딩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유튜브 앱을 켜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하지만 글을 써보기로 한다.


4년 전에는 웹소설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하루 10시간씩 내리읽은 날도 있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 시절에는 한 달을 집안에 처박혀서 웹소설만 읽었었다. 판타지 소설과 무협소설을 그때 독파했던 것 같다. 웬만한 글들을 섭렵하자 나중에는 웹소설의 구성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웹소설을 많이 읽어보면 알겠지만 일단 회귀물이 많고(인생을 한번 살다 죽어서 같은 삶으로 회귀하는 소설), 게임 속 세상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다양했다. 개중 회귀물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생각건대, 주인공에게 치트키를 부여하려고 하는 일종의 전략인듯하다. 웹소설의 주인공들은 1회 차 인생은 비극적이거나 너무 찌질하지만,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모든 정보, ’ 미래를 안다 ‘는 치트키를 가지고 두 번째 인생을 산다. 그때부터는 승승장구하며, 1회 차 인생 때는 접점도 없었거나 원수지간이었던 돈 많고 잘생긴 남주와 엮인다. 잘날 대로 잘난 남주는 2회 차를 살아가는 당당하고 똑똑한 여주한테 빠진다. 보통 로판(로맨스 판타지)에 이런 구성이 많았다.


회귀물이 아니라면 이런 특징도 있다. 이 세계의 최강자가 되는 것. 댓글을 보면 ‘굴렀다’고 표현하는데 인생을 구를 때까지 굴러 능력의 최고치를 달성한 먼치킨 캐릭터가 되거나, 아니면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날 때부터 이 세계의 최강자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다.


이때 웹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느껴지는 게 몇 가지가 있었다.


1. 능력에 대한 강한 욕구

2. 사랑에 대한 강한 욕구


대다수의 웹소설은 이 2가지 욕구가 기반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주인공이 승승장구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을 구를 때까지 굴리는 피폐물도 존재했다!) 공통적으로 강함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이건 개인적 능력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 로맨스 웹소설이 아니더라도 주위의 동료, 친구, 스승 할 것 없이 관심과 따뜻한 애정을 주는 소설이 의외로 많았다. 물의 정령 엘퀴네스라는 판타지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형제에 대한 사랑이 주가 된 것 같았고,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 주인공을 깊게 사랑해 준다. 또, 로맨스 소설에서 여주는 남주에게만 사랑을 받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 오빠, 언니, 친구 모두에게 풍부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때 좀 씁쓸했던 것은 이 두 가지가 요즘 아이들에게 참 안 채워지나 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로 등장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도 나빴던 게 이 정도 구성이라면 쉬워 보여서 코 묻은 돈(미안하다 애들아 비하 표현은 아니야. 순진한 돈 정도로 이해해 주길)이라도 벌어볼까 생각했었다. 스토리의 진행방식이 복잡하지 않는 소설도 많았기에 적당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판타지의 세계를 넣어서 소설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나라는 걸 모르게 필명을 쓰고, 여주와 남주 모두 나에게는 없는 성격으로 점철된 이상적인 인물들로 써봤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여기서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아무나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자 신이 났다. 갑자기 웹소설 작성에 빠져서 하루 10시간을 소설을 쓴 적도 있었고 일주일을 매일같이 쓴 적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형태의 사랑이 그 속에 있다는 것을. 글이라는 것이 아무리 아무것이나 막 쓰려해도 내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허접한 글이라도 글에는 나라는 존재가 묻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때 ‘쓴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다. 나의 허접한 판타지 소설 안에는 나의 결핍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를 이해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 뒤로 가끔 드라마를 보거나 웹소설을 보거나 할 때 글을 쓴 작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그가 쓴 글 속에 녹여져 있을 결핍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했던 사랑의 형태, 갖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무엇인가, 잃고 싶지 않아 간절했던 어떤 것들을. 그의 가슴에서 어쩔 수 없이 쏟아내야 했던 농밀한 무의식이 그가 쓴 글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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