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못쓰는 사람이네요.

by 콩작가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같이 글을 쓰는 동호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글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브런치에는 어떤 글들이 상위에 노출되고 어떤 글들이 인기를 끄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무거워지는 내 글은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누군가에게는 글로 지어진 짐은 아닐지 걱정이 되어서다.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기발하면서도 재미있고, 소소하지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 글을 써보고 싶다.


사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몇 권 읽어보지 못했다.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상실의 시대를 빌려서 읽으며 야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그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리고 그때 우연찮게 빌린 ‘무라카미 라디오’를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그의 필력으로 따라가니 모든 게 새로워 보였고 가끔은 피식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었다. 나에게는 이 책이 참 인상 깊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사소한 소재가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해서였다.


나도 그래서 다음에 에세이를 쓴다면 그런 글들을 쓰리라! 이렇게 마음먹었지만 웬걸..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이야기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브런치의 첫 시작은 온갖 방황 후에 내 내면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요가 티칭과정을 자이요가명상에서 받고, MBSR과정과 SCT 과정을 들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오랜 세월 나는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한 번도 입 밖으로 그것을 꺼내 보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애써 밝히지 않았던 부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사실 나 도라이다. (응? ㅋㅋ) 사실 나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어쩐지 이세계적인 것을 좋아하고 신비주의도 좋아하며 미스터리에도 환장한다.


어렵게만 보이는 철학에도 관심이 있고 물리학, 양자역학에도 관심이 있다. 이 세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무엇인지 이토록 정확하고 아름답게 설명하는 언어가 있을까. 과학은 나에게는 새로운 언어다. (비록 이해가 다 안되지만 ㅋ)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나도 구성한다. 내 몸을 구성하는 어떤 물질도 이 우주에서 없는 것이 없다. 내 몸은 죽어서 분해되고 원자가 되면 그것은 비구름이 되고 비가되어 땅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하고, 그중 가벼운 것들은 우주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한다. 가장 건조한 언어로 이런 사실을 설명하는 과학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지?


나란 인간이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이 감동과 전율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자연을 알고 우주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 이유다. 어쩌면 신비주의의 연장선에서 과학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 어떤가? 평생 일만 하면서 아주 사소한 실수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하고만 살아가는 삶보다 낫지 않나. 뭐, 아니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꽤나 도라이 같고 특이한 직장인이 나인 것 같다. 이건 겉모습이 아니고 내면이 그렇다는 것이다. 공상도 많이 하고 쓸데없는 것에 관심도 많고, 가장 도라이 같은 건 나는 뭐든 자꾸 다른 걸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몇 번을 했을까. 정확히 세어보지도 않았지만 이력서에 올리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7-8번 정도는 이직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직장이 주는 돈이 좋았고, 나 또한 인정받고 승진하고 뭔가 이루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직장이 딱 맞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기만 하면 되는데 꼭 어떤 순간이 오면 물리고, 질리고, 지긋지긋해졌으니까. 한때 이건 병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여겨진다. 뭐.. 어떤가. 지구상에 이렇게 살다가는 애 하나쯤 있어도 큰 피해도 없을 텐데. 그냥 질러보고 해 보고 망해보는 거다. 그러다 굶으면 굶어도 보는 거다. 무책임하다고? 맞다. 실은 나는 나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냥 삶을 믿는다.


옛날에 우리 엄마가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타고 태어났다고 한 적이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모두 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사회는 어른을 위한 수업이 따로 있나 보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ㅋ 어쨌든 엄마의 이야기를 나는 믿는다. 내 밥그릇은 나에게 주어져 있다. 굶어 죽지는 않을 거란 이야기다.


쉬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왜 여기까지 왔을까? 그래, 맞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글을 처음 쓴 것은 상처로 점철된 나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어둡고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사랑받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이제와 진솔한 모습으로 살기로 해놓고 또다시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아주 반항적이지만 담대한 결심을 가지고 나도 선언한다. 이제 다시는 나 자신에게 있어서 분리된 모습을 갖지 않으리라. 나는 웃는 모습 그대로 내 내면도 웃고, 우는 모습 그대로 내 내면도 울 것이다. 나의 글은 그냥 나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세상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해서 인기를 끌지 못해요라고 말해도 뭐 어떤가. 이렇게 대충 살아보고, 때로 아무거나 해보면서 살아가는 사람 하나쯤 있어도 큰 위로가 되지 않겠나?


평탄하고 좋게 뚫린 아스팔트를 두고 사서 고생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걷고 길가에 핀 꽃도 꺾어보며, 현실감각 제로인채로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 지구상의 누군가에게는 위로일 수 있지 않겠나. 그냥 그거면 족하다. 또, 나도 이제는 도저히 그렇게 꾸미고 살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좀 더 자유롭게 살아보자. 하지만 현실 직장인인 내가 변명과 희망을 담아 적어본다.


202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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