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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Jul 09. 2024

아무것도 아니라서 자유롭습니다.

즐겁게 놀듯이 일하고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일주일 만에 다시 수영장을 찾았다. 이렇게 오랜 기간 쉬었던 적은 최근에 없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수영장 레일 앞에 서서 길게 늘어선 파란 레일을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적당히 발차기로 몸을 풀고 자유형, 평영, 접영을 이어간다. 세차게 다리를 움직이고 팔을 돌린다.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얼굴이 붉어지고 팔다리 근육이 긴장해 팽팽해지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가르는 물살이 온몸에 느껴진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물방울이 튄다. 찰나의 순간 튀는 물방울들을 본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보이는 파란 수영장 바닥과 옆 레인의 사람까지 느껴진다. 이 순간 모든 감각 기관이 열린 것만 같다.


그리고 움직이는 몸을 자세히 느낀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가슴 언저리에서 쾌감이 솟구친다.


'기분이 너무 좋다!'


미사여구 하나 없이 그저 '즐겁다'. 몸을 움직이며 쌓이고 고였던 에너지를 방출하는 일은 몸이 바라는 기쁨이다. 몸은 움직이고 싶다. 세포는 살아 숨 쉬고 싶어 한다. 나는 몸이 말해주는 언어를 듣고 있는 것만 같다. 몸은 느낌으로 작게 속삭인다. '움직여 달라'라고, '고여있고 싶지 않다'라고.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다. 편안함과 즐거움이 공존할 수 있다니! 새삼스레 기분이 좋다. 레일을 계속 돌아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 그사이 애플워치가 운동량이 많아졌다고 징징 울려댄다.


"수영이 느셨어요! 오늘 잘하시는데요?"


뜬금없이 날아든 칭찬이었다. 매번 자세 지적을 받아왔는데 편안한 마음에 수영도 늘어난 것일까.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한다.


다시 또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수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유를 느낀다.

나는 수영 선수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이며 몸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수밖에! 내가 할 일은 그것이 다이다.


이 순간 내가 아무것도 아님이 이토록 자유롭다니. 무엇을 더 잘할 필요도 없고, 더 빠르게 나아갈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칭찬을 받다니 이런 걸 보고 개꿀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문득 이런 마음으로 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과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고 즐겁게, 하지만 성장은 꾸준하게.


사실 내 마음속에는 최고에 대한 열망이 있다. 뭐든 잘 해내고 싶다. 잘하고 싶고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아서 내재된 잠재의식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날마다 더 성장해 결국에는 어떤 경지에 이르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그 길이 괴롭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처럼 이뤄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앗! 이것이야 말로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내려놓는 경지라는 것일까!


앞으로의 삶이 만약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딱 오늘처럼. 자유롭게 놀듯이 일하고 결과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 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삶을 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탐구하듯이 살아보자.'


고요히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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