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올(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나에게는 어떤 충동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다 싫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올 수 없는 구석에 처박혀 살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충동의 원인도 모르고 왜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어렸을 때 어떤 사건이 만들었겠지? 간혹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것이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실은 고립되고 싶어 하는 충동이라는 것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충동의 실체를 안 것도 최근이다. 그저 어느 날 무엇인가 욱하고 치받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칼처럼 예민해지고, 정신없이 휘청인다. 티를 내지 않는 성격이라 불안과 충동을 꾹꾹 참고 억누르다가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과 말에 그 충동이 튀어나가고 그에게 아픈 상처를 준다.
그럴 때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밉고 싫다. 나는 어딘가 망가져 온전한 다정함을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책하고 자책한다. 그러면 더 고립되고 싶어서 단톡방을 다 나가버릴 때도 있고, 사람을 며칠간 안 만나기도 한다. 고립되면 나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진다. 악독한 독버섯이 된 것 같고, 잔인한 칼이 된 것 같고, 무디고 아픈 망치가 된 것 같다. 모든 걸 망치고 마는 나는 거칠고 투박한 인간 같다.
그런 충동이 잦아든 건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 이것을 잠재웠는지 확실히 안다.
그것은 바로,
‘다. 정. 함.’이다.
어느 날 이 충동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졌다. 충동을 미워한 것은 그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받았다고 말하기에, 내가 이것을 용서하면 더 나쁜 년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못마저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악독하게 충동을 미워하고 질책했다. 스스로의 증오를 받는 나는 어딘가 더 망가지고, 더 충동조절이 되지 않았으며 더 자주 고립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조차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하지 않는가? 나 또한 언제나 어찌할 바를 몰라 울지 않았나? 어느날 그냥 이 미움과 증오를 멈추고 이런 내 모습도 알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불량한 충동에게 마음의 한편을 내주고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날 이유 없이 거칠게 행동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처럼, 문제가 있다고 세상에서 절대 져버릴 수 없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부모처럼 나와 함께 했다. 지금도 때때로 만나는 충동이지만 그뒤로 충동은 기적처럼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다. 폭풍우처럼 내리던 비가 점차 잦아지는 것처럼.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말이야. “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중 웨이먼드 대사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의 대사가 주는 힘을 알고 있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노자도 말하지 않던가. 다정함은 세상을 구한다. 마음이 허무의 극단을 달리고 달려 세상에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돌이 되고 싶은 순간마저, 외로움과 고립감에 온 세상을 파멸시키고 싶을 때에도, 세상에 어떤 것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순간이 와도 우리를 살려주는 것은 다정함이다.
유머러스함을 한 스푼 넣은 구글리아이를 이마에 붙이고 내가, 네가, 당신이, 우리가, 어떤 자리에 있던 다정함은 당신의 손을 잡는다. 모든 순간, 어디에 있든 도망치려는 너를 이 순간으로 데려온다. 나 또한 모든 곳에서 모든 순간 모든 것이 된다 해도 다시 이 순간으로 돌아와 너를 잡는다. 다시 또 이해하고 알아주며, 에블린의 마지막 대사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여전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라고 말해준다. 그러니 타인이 된 딸 조이가 되었든, 당신 안에 숨 쉬는 조이든, 그를 향해 ’Please, be kind‘, 다정함을 발휘하라. 그것이 당신을, 타인을, 세상을 구할 마지막 열쇠다.
마지막으로 영화 끝자락에 나오는 에블린과 조이의 영어 대사를 붙인다.
“Maybe it’s like you said. Maybe there is something out there, some new discovery that will make us feel like even smaller pieces of shit. Something that explains why you still went looking for me through all of this noise. And why, no matter what, I still want to be here with you. I will always, always, want to be here with you.”
“So what? You’re just gonna ignore everything else? You could be anything, anywhere. Why not go somewhere where your daughter is more than just this? Here, all we get are a few specks of time where any of this actually makes any sense.”
“Then I will cherish these few specks of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