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워킹맘의 개복치 딸 육아일기 04편
이렇게 유치원을 추리고 추려서,
총 5군데의 유치원을 비교하게 됩니다.
사전 정보를 습득한 후에는 실전입니다. 그건 바로, 유치원 상담회에 참석해 보는 거예요.
저희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퇴근시간을 조금 조정해서 유치원 상담회에 가거나 반차를 쓰고 참석했어요. 저희 팀장님 아내분이 전직 유치원 선생님이셨어서, 육아에 진심(?)인 저를 나름 이해해 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워킹맘을 배려하시는 원 중에서는 저녁 설명회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 시간이 없는 워킹맘들도 계시겠지만 방문이 어려우시다면 주말에라도 유치원 주변환경을 한번 둘러보시고, 관심 있는 유치원이 있다면 유선으로라도 상담을 꼭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유치원 비교표」
막상 방문을 해보니, 유치원 환경이나 선생님들의 기본적인 태도 등 여러 부분에서 비교가 됩니다.
일대일로 엄마와 원장님이 독대하며 상담해 주시는 곳도 있고, 조직적으로 설명회를 하시는 곳도 있었어요. 규모가 크거나, 조직적인 유치원은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회사'같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제가 워킹맘이라서 일까요? 그보다는 규모가 작거나 선생님들이 약간 어설프셔도 아이들 케어에 더 집중하시는 곳에 정감이 가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모든 유치원이 누리과정은 유치원마다의 철학을 갖고 실행하시기 때문인지, 기본적인 누리과정 외에 방과 후나 특성화 수업에 대한 소개를 강조하는 유치원들이 많으셨습니다.
어떤 유치원에 가니 원어민교육을 엄청 강조하셨는데, 막상 파워포인트에 떠있는 원어민 클래스 수업사진들을 보니.. 코코멜론 유튜브를 틀어주시는 장면이 찍혀있었어요. 언어를 배울 때 영상물을 이용하는 건 아주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그래도 특성화 수업으로 진행하는 건데, 갖춰진 교육용 영상도 아니고 특히나 원어민 선생님이 오시는 건데 코코멜론을 틀어주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혹은 학부모들에게 원장선생님의 교육관과 이력을 피력하느라 바쁜 유치원도 있었어요. 원장선생님이 유치원의 분위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원장선생님의 파워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원장선생님의 진두지휘하에 움직이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실제로 유치원 후기를 좀 찾아보니 해당 유치원은 선생님의 근속연수가 길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한 유치원은 특별한 교육방법으로 창의성을 키우고,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리더십을 기르고 매일 영어수업을 한다고 하시며 정말 다양한 활동을 자랑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환경을 너무 강조하신 건지 부자재들이 계단과 복도까지 늘어져 있는 게 걱정되었습니다. 아직 신체를 완벽히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위험하지 않나..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다양한 부자재가 있는 곳에서 그대로 점심을 먹는다고도 하셨어요. 그래도 저희 동네에서 가장 평이 좋은 유치원이라서 프로그램에 관해서 딱 하나 모국어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드렸는데 7세 때 학교 갈 준비 해드립니다,라고 어물쩍 답변을 주셨습니다. 영어 수업에 대해서는 매일 30분에서 1시간을 투자하신다고 했는데, 모국어가 빈약한 점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많은 유치원 중에 저는 최종적으로 C유치원을 선택했습니다. 원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요즘 유행한다는 신식(?) 프로그램을 자랑하시거나, 엄청 체계적인 유치원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던 곳인데요. 선생님당 원아수가 가장 적어서 아이가 밀착케어를 받기 좋은 환경이었고, 식사도 교실이 아닌 정해진 식당에서 식습관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외부 프로그램은 타 유치원에 비해서 다양하지 않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매년 심화하며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정한 시간 안배를 통해 많은 시간을 유치원 정교사 선생님들과 부대끼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이었죠. 특히나 제가 이 유치원에 확 마음이 갔던 이유는, 이 유치원은 특이하게 일대일 상담을 하는 곳이었는데요. 상담 중 한 아이가 상담 중인지 모르고 방에 들어왔는데, 부원장선생님을 꼭 끌어안고 가더라고요.
그만큼 아이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주시는 유치원이라는 인상을 단번에 받았습니다.
최종 마음을 결정하기 전에 호두의 등하원을 맡아주고 계시는 시부모님, 그리고 희온이를 어쩌면 가장 오래 관찰하실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도 자문을 구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의 얘기를 쭉 들으시고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고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유치원이라 하시면서 안정적인 환경으로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그렇게 길고 긴 유치원 선택기간이 끝나고 이번 3월, 우리 아이는 유치원생이 되었습니다.
과연 엄마가 고심해서 선택한 유치원을 우리 아이는 힘들지 않게 잘 다녀주었을까요?
우리 개복치 딸이 그럴 리가요.
개복치 딸을 쉽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