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 딸의 첫 유치원 등원기

얼렁뚱땅 워킹맘의 개복치 딸 육아일기 05편

by Orangecolor


수많은 고민 끝에 입학을 결정하게 된 C유치원.

하지만 원수가 적은 만큼 주변 평판을 알아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래서 밤마다 아이를 재워놓고 유치원에 대해서 나와있는 정보는 없나 10년 전 카페 글까지 읽어보고, 구글에서 또 새로운 정보는 없는지 뒤져가며 유치원 정보를 검색했답니다. 덕분에(?) 부쩍 새치도 늘어났어요.


일단 보내기로 했으니 걱정은 조금 접어두고, 우리 극강의 예민보스를 어떻게 유치원에 잘 적응시킬까 하는 부분이 두 번째 과제로 남아있었죠. 태어나 처음 어린이집을 입소한 후로, 공간을 옮겨본 적이 없기에 어린이집을 졸업하면 친구들을 더 못 본다는 개념이 아이에게 약간 생소한 듯했습니다. 특히나 동네친구이다 보니 하원을 따로 해도 놀이터에서 종종 마주치곤 했거든요.


처음엔 호두랑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친한 친구들 일부가 가까운 유치원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가 부러워 한 듯했어요. 제 기준에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돌리는 유치원이라고 생각되는 곳이었어서 가깝지만 과감히 포기했던 곳이었습니다. 다행인지 아닌지 결과적으로는 그 유치원에 모든 친구들이 가지도 않았고, 호두의 유치원에도 친구가 같이 입학하게 되어서 서서히 이해를 하더라고요.


"나는 연우(가명)랑 같이 C유치원 가~"


하며 받아들이고 은근히 새로운 유치원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졸업식 노래를 배워와서 매일같이 스스로 따라 부르고 졸업식 놀이를 하더라고요. 나름의 헤어짐의 이해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유치원에 관해서 책을 읽으며 형님이 되어 유치원에 적응해 가는 흐름을 조금씩 이해해 갔죠.


아이랑 같이 유치원 입학 준비물을 챙기면서,

아이가 언니가 되어서 새로운 유치원에 대한 기대감을 주려고 했어요. 이름 스티커를 준비물에 하나씩 붙이면서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유치원 첫 학기 준비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많습니다.

다른 유치원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C 유치원은 번거롭지 않게 한 학기 치를 한 번에 받으시더라고요.


[준비물리스트]

- 봉투파일 4개
- 각 티슈, 물티슈 5개
- 스케치북 2권
- 종합장 2권
- 딱풀 5개
- 색종이 100매 5개
- 색연필
- 여벌 옷 (속옷, 양말, 상하의)
- 칫솔 6개 치약 2개, 손잡이 달린 양치컵
- 아이클레이 5 가지색 2세트
- 수저통, 물통


전부 다 패킹을 하고 나니, 타포린백으로 두 개가 나왔습니다.

뚜벅이 엄마는 차를 가지고 가긴 힘든데 언제 가져다 드려야 하나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입학식 당일.

호두가 입학하게 된 유치원은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없었어요.

시간을 자주 내기 어려운 학부모들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입학식날에 부모님이랑 같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날은 엄마랑 직접 등원을 해야 해야 했어요.


입학준비물은 등원 첫 주 내로만 가져다 드리면 되는데, 호두가 "오늘 가져가자!" 하는 거예요.

둘이 마을버스 타고 오손도손 가보자~ 했던 터라.. 타포린백 두 개를 들고 애랑 어떻게 버스를 타나 잠시고민했지만,

"그래해보자!"

싶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같이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엄마랑 같이 유치원에 간다는 사실 때문인지, 이 과정마저도 아이는 참 즐거워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짐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같이 손잡고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유치원 입구에서 깜찍하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런데 막상 유치원안에 들어가자마자 설마 했던 개복치 호두가 튀어나옵니다.


"엄마아아....... 흐엉...."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호두야~" 하고 다정하지만 해맑게 부르자마자 눈물바람이 터졌어요.ㅎ

이럴 줄 알고 다른 친구들이 오기 전에 등원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같은 어린이집에 있던 연우가 도착하고, 차츰 분위기에 적응하고 입학식이 시작되었어요.


무사히 입학식을 마치고 엄마는 원장님과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아이는 담임선생님과 간식을 먹으며 친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간중간 우는 아이소리가 들리기에,

"혹시 우리 호두인가?"

생각을 했어요.


약간 긴장을 하고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교실로 가보니, 우리 호두는 혼자 야무지게 책가방을 싸고 외투를 입으며 "엄마~~"하고 불러줍니다.

교실에서 울지 않고 씩씩했던 모습을 무한 칭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그 한주...

아주 유치원에 즐겁게 갔습니다.

딱 3일이요.


문제는 주말에 시작되었어요.

주말 아침부터 온갖 짜증 섞인 표정과 말투로 엄마 아빠를 뜨악하게 하더니, 급기야 일요일..

"엄마, 유치원 가기 싫어어어어어어어어!!!!!"

하고 통곡을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어영부영 여기가 어디지? 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가보니 이야 익숙하던 선생님이나 친구들 얼굴은 계속 보이지 않고, 유모차 타고 등원하다가 등원버스를 타야 하니 환경도 달라지고..

낮잠도 자지 않기 시작하니 체력과 정신 모두 지쳐버렸던 거죠.

어느 정도 아이의 반응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아이의 상태는 심했습니다.

첫 눈물 봇물이 터진 이후부터는 눈을 뜨고 있는 내내 눈물을 보였어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등원거부가 심하게 왔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울고 유치원에 가서는 계속 이불을 끼고 잠을 청하기도 하고요.

혹시나 유치원에서 정말 힘들 일이 있었는 지도 확인해 보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없었어요.


마음으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알고 있지만, 몇 날 며칠이나 눈이 퉁퉁 부어있는 아이를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 아프죠.. 선생님께서도 크게 표현하지는 않으시지만 호두 한 명만 봐주실 수가 없기에 아이가 적응을 해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개복치 딸을 둔 엄마의 숙명을 느끼면서,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의 유치원 적응방법을 다방면으로 찾아보며 아이와 함께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민한 아이와 눈물로 시작한 첫걸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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