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워킹맘의 개복치 딸 육아일기 06편
예상했던 바였지만,
영락없이 유치원 등원 거부가 생기고야 만 호두.
유치원 등원 전에 폭풍 눈물은 기본, 퉁퉁 부어서 벌개 진 눈을 하고 수시로 질문을 던집니다.
"왜 유치원에 가야 해?"
"유치원에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어떡해?"
"엄마는 왜 없어?"
"엄마랑 같이 유치원에 들어가고 싶어."
등등...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울어대니 자꾸만 눈이 아파서 또 우니, 엄마 아빠도, 같이 지켜봐 주시는 시부모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한 호두였지만, 그래도 아이의 유치원 등원거부가 심각해 보여서, 정말 유치원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적응이 힘든 상황인 건지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어떤 게 힘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단편적인 이야기로 전달을 하지만 대충 아이가 유치원에서 힘겨운 상황은 이랬어요.
유치원 선생님은 호두 한 명만 온전히 케어해주지 않는다.
타지 않던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하원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적응기간이라) 버스 안 타고 일찍 가는 친구가 두 명 있어서 부러웠다.
유치원 앞에 엄마 아빠랑 자주 갔던 과일가게와 미용실이 있어서 엄마 생각이 자꾸 난다.
정말 유치원에서 사건이 있었다기 보단,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힘겨워하는 게 눈에 보이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어린이집 키즈노트를 1~2 세반 때 내용까지 싹 훑어보았어요.
그런데, 이제와 보니 첫 학기 때 매 해 겪어왔던 아이의 패턴이 늘 이런 식이었더라고요.
첫 학기 시작 일주일은 어영부영 가다가, 첫 주 주말을 맞이하여 온전히 엄마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생기고 나면 그 이후에 등원 거부가 와서 4월까지도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을 보였다는 일기장이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나마 어린이집은 익숙한 공간이었으니, 아침 등원 시에 눈물을 보이다 진저헀고, 이번에 유치원에 은 태어나서 인지가 발달 한 이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첫 새로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반응이 나오는 듯했어요.
아이를 위해 안정적인 환경의 유치원을 찾아서 보냈는데, 친한 친구들이 더 많은 유치원원에 따라 보냈으면 좀 덜 했을까..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어요.
그렇지만 사교육도 아니고 유치원 적응을 잘 못한다고 바로 원을 옮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학교에서도 그럴 텐데요.
옮긴 다고 해도 이 주변에 이만큼 소수로 밀착케어를 받을 수 유치원도 없고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쉽게 유치원에 적응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꾸준히 한 달 동안 아이와 몇 가지 활동을 했어요.
1. 유치원에 관련된 도서를 열심히 읽어주기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책들을 많이 읽어주시죠.
호두도 잠자리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적응을 조금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유치원 생활에 대한 책이나, 부모와 잠깐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난다는 테마의 그램책을 많이 읽어줬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같은 책은 초반에는 엄마랑 헤어진다는 내용이 나오자마자 덮더니, 나중에는 아이를 품에 안고 즐겁게 책을 읽었고요. 그 외에도 재미있는 유치원 스토리가 가득한 그램책을 스스로 골라와서는,
"엄마 유치원 책 읽어줘.."
하는 날들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호두가 적응하는데 도움 되었던 책을 소개합니다.
스티브매쩌-[공룡유치원]
: 일상 유치원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 유치원에 가는 날, 엄마가 보고 싶은 아이의 이야기, 친구와 갈등이 있는 날의 에피소드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요. 귀여운 공룡 그림으로 아이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김영진-[유치원시리즈]
: 김영진 작가님이 쓰신 유치원 시리즈입니다. 다양한 동물친구들이 유치원에 가서 적응하는 이야기를 약간의 판타지와 섞어서 그려내신 시리즈물이에요. 공통적으로 유치원 처음 가는 날의 이야기와, 유치원 버스에서 있는 일,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 등 소소한 유치원의 스토리를 잘 풀어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 윤여림-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 한 아이가 꼬물거리는 아기에서 성장하면서 차츰 엄마와 자연스럽게 떨어지며 독립의 과정을 겪지만 그 와중에 엄마도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글 천미진 - 엄마 기다리기
:엄마와 헤어져 유치원에 혼자 남게 된 아이가 무서움을 이겨내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엄마를 만나면 자랑해야지 하며 극복해 내는 스토리입니다.
2. 유치원 적응기간 동안 준비물 잘 챙겨주기
엄마와 아빠 사진, 마음의 안정을 도와줄 하츄핑 인형을 매일같이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적응 기간에는 유치원에서도 애착물건들을 허용해 주셨어요. 그래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하츄핑 인형을 가슴에 품고 다녔습니다. 엄마아빠 사진도 가방속에 늘 넣어다녔어요. 그리고 아이와 몇 번이나 이 하츄핑 인형 속에 안에 반은 엄마가, 반은 아빠가 같이 따라간다며 반복해서 얘기해 주었어요.
그리고 가장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엄마 대신이다."를 꾸준히 가르쳐주었어요. 물론 아이를 한 명만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진짜 엄마처럼 계속해서 봐주기 어렵고, 어린이집 때처럼 선생님이 아이를 보육하실 순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생활 속에서 아이의 불편함과 힘듦을 표현하고 의지할 사람은 선생님뿐이죠.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얘기하듯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선생님도 너를 도와줄 수 있어. 힘들더라도, 선생님 너무 힘들고 엄마가 보고 싶어요. 잠깐만 안고 달래주세요. 하고 얘기해 볼래?"하고 반복해서 가르쳤습니다. 아이도 노력을 하려고 했었는지, 그 얘기를 들은 다음날 또 와서 제 앞에 울더라고요. 선생님이 너무 바빠서 말을 못 꺼냈다고요. 그래서 그날은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 주고, 아이를 꼭 안아서 서운했을 그 여린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호두가 집에 와서 아이랑 같이 일기를 쓰는데 이렇게 얘기해 주더라고요, "선생님한테, 마음이 쓸쓸하고 아파요,라고 말했더니 정말 선생님이 안아주셨다."라고요. 호두가 얼마나 용기 내어 이 마을 마음속에 되뇌며 얘기를 꺼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울컥했답니다. 아이와 나눈 일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써볼게요.
유치원에서도 정말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입학 전에도 궁금한 부분들은 바로바로 부원장님께서 유선으로 상담을 도와주셨는데, 입학 적응기간에 정신이 없으셨을 텐데도 담임선샘님께서 키즈노트로 아이의 상태를 공유해 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천천히 스며들 듯이 적응해보자 전략은 성공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