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워킹맘의 개복치 딸 육아일기 03편
생각지도 않게 호두의 담임선생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심사숙고 한 끝에, 아이를 유치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 생각지 않게 유치원을 정~말 많이 알아봤습니다. 제가 고민을 시작한 게 1학기 학부모 상담이 끝난 즈음이어서 아직 일렀기 때문인지, 주변에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전업주부이신 어머님들과 가끔 하원길 놀이터에서 만나 여쭤봤지만 아직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외로운 워킹맘은 방대한 온라인 속 정보의 바다를 헤매이기(?) 시작합니다.
근무시간엔 오롯이 집중을 해야 했기에,
점심시간과 퇴근과 육아퇴근 이후 밤시간을 집중공략해서 지역 맘카페, 동네 카페에 질문도 올리고, 유치원알리미, 구글 검색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루트로 알아봤어요. 회사 내 또래를 키우는 워킹맘 동지는 일찌감치 영어유치원을 고민하고 있어서 당연히 지역과 지망하는 곳이 달랐지만, 고민상담을 나눌 수 있어 참 고마웠어요.
먼저 유치원을 보내기로 결정한 후에는 어떤 유치원 보낼 것이냐, 하는 1차적인 고민이 생깁니다.
요즘은 유치원도 참 종류가 다양하죠.
일반 유치원, 영어 유치원, 숲 유치원, 체능단 등등….
저의 경우 영어 유치원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워킹맘 동지가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고 해서 열심히 귓동냥으로 듣긴 했어요. 학습식과 놀이식 절충식 다 다양하게 있다고 듣긴 했지만 국제학교가 아닌 이상 굳이 영어 유치원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지였어요. 그 시기엔 모국어와 모국어 정서를 더 강하게 키워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영어는 아이가 32개월 정도쯤 우연한 계기로 "영어거부"를 보인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엄마표로 꾸준히 노력한 부분도 있어서 굳이 유치원에서까지 영어로 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 블로그에 길게 프로젝트로 다루고 있는데 다음에 브런치로도 천천히 풀어볼게요)
그리고 다음 선택지는 체능단이었어요. 저희 동네를 보니 체능단을 보내시는 부모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체능단은 저희 아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절대 안 된다는 게 저의 판단이었어요.
사실, 제가 YMCA를 나왔는데 정말 힘들었거든요. 당시에 부모님이 유치원을 안 보내시고 YMCA를 보내셨는데, 유연성 하나 얻고 수영은 공포증을 얻어서 지금도 맥주병이에요. 여름캠프 때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눈물바다였죠. 결국 1년 수료하고 7세 때는 YMCA도 유치원도 안 가고 저희 엄마가 가정보육을 해주셨답니다. 당시에는 YMCA에서는 한글도 안 가르치셨던 것 같은데 (물론 엄마도 따로라도 가르쳐야 한다 생각을 안 하셨음) 그래서인지 제이름도 하나 쓸 줄 몰라서 정말 힘들게 한글을 깨친 기억도 있어요. 마치 요즘 영어유치원 적응에 실패하는 아이들의 후기 같네요. 이런 제 성향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은 저희 아이가 잘 적응할리가 없죠.
그렇게 나름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인근 일반유치원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유치원을 고민했을 때는 요. 당연히 집 앞에서 가까운 거리순으로 필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알아보다 보니 거리가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일반유치원이라고 하더라도 유치원마다 특성이 달랐어요.
누리과정에 입각하여 아이들의 고른 발달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건 모두 같았지만 인근 주변환경이나 원장선생님의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더라고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우리 개복치 아이의 성향에 맞는 곳을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1. 보육시간이 어린이집만큼 긴 곳
조부모님이 등하원을 도와주시긴 하지만, 할아버지가 디스크수술을 하시기도 했고, 시골에 계신 증조할머니를 찾아뵈러 가야 할 수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여차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인근에 평가가 좋은 유치원들을 살펴본 경우, 등원시간은 대체로 8시 반에서 9시 사이로 비슷했는데, 이에 반해 하원시간은 3시 반~7시로 다양했답니다.
(※보통 5시 이후 하원이 가능한 곳은 도보로 직접 하원이 필요함)
2. 원아가 많지 않을 것
호두는 아이들이 넘치고 복닥거리는 환경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놀이에 빠지는 친구들보다도 담임선생님과 깊은 유대를 맺고 밀착케어를 받아왔어요. 선생님과 가장 친하다고 할 만큼 그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 호두였기에 유사한 환경인 곳을 찾았습니다.
3. 원이 좁지 않고 놀이터가 가까울 것
실제로 유치원을 선택할 때 직접 그 유치원에 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주변 환경 때문입니다. 어떤 유치원은 숲이 가까운 곳도 있고, 언덕 위에 있어서 등하원 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도 있어요. 그리고 원 내부의 사정도 가봐야만 정확히 파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설명회를 신청하고 유치원 안에 들어가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유치원 내부가 좁은 경우도 있고, 또는 원수에 비해 놀이터시설이 너무 부족한 경우도 있었어요. 한 유치원은 원생이 140명 정도 되는데, 외부에서 놀 수 있는 놀이터의 기구는 미끄럼틀 하나였습니다.
4. 외부 강사의 수업이 과도하게 많지 않을 것
유치원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가장 쉽게 알려면 주변 선배맘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그런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워킹맘은 지역 맘카페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정확한 정보는 인증된 유치원이기 때문에 유치원 알리미를 접속하면 당해연도 유치원의 회계 비용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원비와 프로그램 활동비 및 어떤 활동을 하는지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외부수업에 대한 니즈는 부모님마다 다 다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머님들은 유치원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해서 좋다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활동은 가급적 너무 많지 않은 곳을 선택하고자 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외부 강사 교육이 많은 곳은 원비도 비싸요. 만 3세는 비슷하거나 그 폭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6세(만4세~)부터 차이가 일이십만 원씩 차이가 나기도 하고요, 이 정도 비용을 일반유치원에 쓸 거면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부모가 더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의 원비를 납부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건 저희 아이의 성향이었어요. 예민보스 호두는 지난해에도 어린이 집에서 반년동안 체육 선생님이 오시는 날은 울고, 어린이집 등원거부를 보였어요. 47개월에도 문화센터 분리수업이 안 되는 아이라서 과도한 외부자극을 주시는 유치원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5. 거리상으로 너무 멀지 않을 것
인근에 한 곳 숲유치원 같은 곳도 좋아 보였는데요. 가끔 아이를 도보하원 해야 하거나 이벤트가 생길 수도 있죠. 뚜벅이 엄마가 가기 힘든 곳은 안된다고 판단했어요.
고민은 끝이 없지만 하나씩 하나씩 리스트업을 하며 정리해 보니 아이에게 어떤 곳이 좋을지 대략적으로나마 판단이 서기 시작했어요.
많아도 너무 많다 유치원 선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