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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필름 Sep 27. 2019

한국예술종합학교 수요단편극장 '비평'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 아카이브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오렌지필름 입니다.

지난 여름, 좋은 인연으로 매달 수요일 오후 상영하는 단편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얼마 뒤 예술사 프로젝트로 '수요단편극장' 비평을 연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영화 안에서 작품과 비평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점이 신기했어요.


하기의 소중한 글은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 아카이브' (https://blog.naver.com/kartskino)에서 옮기는 점을 참조 부탁 드립니다.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저녁, 비평이 올라온다고 하니 관심있게 지켜봐 주세요!

저 또한, 매달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디어콘텐츠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와 오후 6시 석관동 캠퍼스 영화전용관 케이시네에서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무료로 상영하는 '수요영화관'을 운영합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미디어콘텐츠센터kmc.karts.ac.kr와 오렌지필름theorangefilm.com/ 주최로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수요단편극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은 미디어콘텐츠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수요단편극장'에 상영되는 작품 비평을 미디어콘텐츠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와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작품과 비평의 상호작용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 수요영화관과 수요단편극장, 그리고 영상이론과 상영기획팀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9월 수요단편극장 상영작 <단잠>(홍유라 감독) 비평문


이미지로 꾸는 꿈, 단잠


김연주


사라질 공간에 기록된 것들은 우리에게 애틋한 마음을 준다. 홍유라 감독의 <단잠>은 사라지거나 남겨진 공간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이 담겨있는 영화이다. 이삿짐을 싸며 발견한 벽에 기록해 놓은 키 눈금과 작아진 옷 등을 통해 우리는 지희(김진영 분)가 오랜 세월 이 집과 함께했음을 알게 된다. 지희는 이사하기 전, 친구 가윤(전은비 분)과 함께 재개발이 예정된 집의 담을 넘어 낯선 빈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오래된 컵과 CD 등의 남겨지고 기록된 것들을 바라본다. 곧 떠나게 될 지희의 공간에 남아있는 물건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물건들이다. 그래서일까. <단잠>에서는 지희가 낯선 이의 텅 빈 공간이 품고 있는 흔적에 애틋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더욱 잘 보여준다. 그와 같은 순간들은 지희가 물건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시선으로 포착된다.


동시에 지희의 집과 빈집에는 지희의 마음을 찌르는,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사진들이 있다. 다른 두 공간에서 지희는 낯선 사진을 보고 멈춰서 생각에 잠긴다. 빈집에서 가윤이 ‘너를 닮았다’고 장난친 사진과 지희의 아버지가 이삿짐을 정리하며 버린 지희 부모님의 사진을 본 순간이다. 롤랑 바르트는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의 공간에서 ‘하찮은 것’이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을 푼크툼이라 명명한다. 사진의 단일성에서 벗어난 ‘세부’의 존재가 나타나기만 하여도 사진을 보는 시선의 변화를 느끼며, 새로운 사진임을 감각한다는 것이다. 빈 집에 남겨진 가족사진과 짐을 정리하며 버려진 부모님의 사진에서 보이는 ‘맞잡은 손’은 부모님의 이별을 일깨운다. 지희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이 순간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지희에게 켜켜이 쌓이고 겹쳐졌던 또 다른 시간을 발견한다.


9월 단편 상영작으로 나란히 묶인 이지현 감독의 <나의 자리>와 홍유라 감독의 <단잠>은 가족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두 영화의 차이는 <나의 자리>는 원래 살던 집에서 이사한 집으로 이동하는 장면까지 나오는 반면, <단잠>에서는 이동도, 이사를 하는 장소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잠>의 경우 공간의 이동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정적인 인상을 주지만, 오히려 정적인 장소에 놓여있던 낯선 사진에 ‘찔리는’ 순간으로 인해 시공간의 깊이감과 감정의 결을 두텁게 만든다. 이는 우리에게 움직이는 마음의 순간을 전한다. <단잠>의 이러한 시선은 “지금 거기에 없으며, 또 한편으로 참으로 존재”1)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예우일지도 모른다. 세심하게 전달되는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단잠에서 깨어난다. 이미지를 통해 꾸게 되는 <단잠>의 꿈에 취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꿈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 깃든 물건과 공간을 방문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1)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역, 열화당, 1998


출처 : https://blog.naver.com/kartskino/221658915865





9월 <이사 혹은 사이>


기획 의도 :

어디로 옮겨가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을 상영합니다.

작품을 통해 물건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마음,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는 마음도 함께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


상영작 :


1. #단잠 (2017)

러닝타임 : 14분 37초


각본/연출 - 홍유라

조연출 - 김나윤

스크립터 - 최예솔

연출부 - 강물결

촬영/조명 - 오희원

촬영/조명부 - 최윤주 김주연

제작 - 구지현

동시녹음 - 김활빈

믹싱 - 최예솔

작곡 - 김활빈

연주 - 김인기

현장지원 - 김순모 송이나


출연:

지희 - 김진영

가윤 - 전은비

엄마 - 황재희

아빠 - 조하석


시놉시스

: 지희는 내일 이사를 간다.






9월 수요단편극장 상영작 <나의 자리>(이지현 감독) 비평문




작별의 다음 순간


박지민


그동안 혼자 살다시피 하던 집을 정리하고 성수와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재아의 엄마는 이사를 준비한다. 새로운 생활을 위해 엄마가 맞닥뜨린 분기점은 재아에게도 관계의 변화가 불어닥칠 것을 암시하고, 영화의 시작부터 번번이 어긋나는 둘의 관계는 모종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생활을 앞둔 엄마를 축하하러 왔지만 재아는 집 앞에 당도해서야 엄마가 없다는 연락을 받는다. 얼마간의 기다림 후에야 도착한 엄마는 재아가 특별히 사 온 이사 기념 케이크를 한사코 거절한다. 영화 내내 일렁이는 긴장감은 엄마가 재아의 매트리스를 버리는 순간 명확한 사건의 형태가 되어 엄마의 새로운 집에 재아의 자리가 없음을 알린다.


이삿짐을 싸는 것은 간직할 것과 떠날 것을 선택하는 고별의 작업이다. 엄마가 옛집을 비우고 이삿짐을 정리하게 되면서 재아의 자리 역시 그로부터 작별을 통보받는다. 새 집에 재아의 매트리스를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재아의 공간은 재아가 발을 딛는 좁은 땅 위 정도가 되었다. 재아와 엄마가 나눈 대화 속에서 자취방의 존재가 암시되긴 하지만, 영화에 등장조차 하지 않는 자취방은 안정적인 재아의 집이라기보다 잠시 머무르는 일시적이고 비좁은 공간에 가깝다. 엄마의 집을 떠나온 재아가 머무르는 곳들은 묵직한 매트리스를 내려놓을 고정된 장소가 없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공간들이다. 엄마의 새로운 집으로부터 쫓겨나듯 나온 재아의 모습에 순식간에 대형 폐기물로 전락한 매트리스의 신세가 겹쳐진다. 가방을 비롯한 온갖 짐을 떠멘 채 걷고 뛰는 재아의 뒷모습이 몹시 고단해 보이는 까닭이다.


엄마와의 다툼 후에 다시 아파트로 향하던 재아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엄마와 마주쳐버린다. 등을 돌려 걷기 시작하는 재아를 향해 엄마는 한 번 더 소리쳐 말을 건네지만 화면 바깥으로 엄마가 사라지도록 재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사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단어들을 힘겹게 삼키듯 입술을 깨무는 재아의 모습은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재아가 참아낸 단어들을 기다리는 동안의 침묵은 퍽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재아의 단어에 대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다만 고개를 돌린 재아의 뒷모습을 비춰줄 뿐, 이윽고 재아가 뒤돌아 바라본 풍경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재아가 지나온 풍경보다 재아가 지금 선 자리에 초점을 두겠다는 영화의 결단이다. 엄마의 새 자리가 재아의 매트리스에게 고별하듯 재아 또한 엄마와의 시간을 뒤로하고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나의 자리>의 끝은 관계의 끝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발길을 돌려 엄마의 공간을 떠나는 재아의 그 다음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이어지는 다음 쇼트에서 해는 저물어 밤이 되고 매트리스는 완전히 집 안의 침대가 아닌 집 밖의 대형 폐기물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오히려 버려진 매트리스는 비로소 재아와 엄마가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고 대화를 주고받는 공간이 된다. 집을 떠나온 매트리스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재아 또한 이사의 순간 이후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쇼트에서 엄마와의 대화를 끝으로 매트리스와도 작별인사를 마친 재아는 가방을 메고 걷기 시작한다. 재아의 공간은 안정되지 못한 채 쉽게 변하고 쉽게 움직이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움직임은 때때로 재빠른 역동성이 된다. 그것은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 재아가 겪은 하나의 성장이기도 하고, 곧 동현과의 새로운 만남이기도 하다. 영화의 말미, 넘어진 동현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가 재아인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kartskino/221658912114





2. #나의자리 (2019)

러닝타임 : 28분

연출/각본 : 이지현

촬영 : 손현록

녹음 : 최성규

믹싱 : 이주석

제작 : 이미소

조연출 : 손주희

미술 : 성시경


출연

#정수지 / #민효경 / #임호준 / #성지민 / #서인수


시놉 시스

: 재아는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하려는 엄마의 이사를 돕는다.






다음 상영작


10월 <어떻게 생각해?>


-기획 의도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 할 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담은 단편을 상영합니다. 내 마음은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게 되는 그 시작, “어떻게 생각해?”


상영 일시 : 10월 30일(수) 4:20 한국예술종합학교 케이시네

러닝 타임 : 48분



1. #유자차 (2017)

러닝타임 : 7분

연출 : 장요한


시놉 시스

: 동우는 지영에게 유자차를 타주고 싶어한다.



2. #L+ (2019)

러닝타임 : 13분

연출/각본 : 구정회

제작 : 김유, 박현경

촬영 : 이재우

조명 : 이성용


출연

#주가영 / #김태완


시놉 시스

: 반복된 일상에 지쳐있던 여자, 지구의 종말만을 기다리는 남자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3. #유마선이부릅니다, You are my sunshine (2019)

러닝타임 : 26분 9초

연출/각본 : 정유원

조연출 : 최유정

제작 : 박단비

촬영 : 김용성, 전태원

조명 : 전상협, 이용화

미술 : 최민정

음향 : 김무정

편집: 최슬미


출연: #최하윤 / #박슬애 / #고태식 / #하태인


시놉시스 : 심한 햇빛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26살 여자 유마선, 햇빛 없이 살아온 마선이에게 허락된 유일한 햇살은 편의점 야간 알바생의 따사로운 미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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