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파라다이스가 있다면요

우리는, 그곳엔, 사랑이 있을 거라는 걸.

by 오렌지필름


먼저 고백부터 해야겠다. <시네마 천국>을 이제 봤다.

안 봤지만 영화 내용을 다 아는 것만 같은 착각 때문이었는데 명대사들, 유명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여러 번 들었어서 내가 본 것만 같았다.

이제 본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안 보고 봤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그 시간들이 부끄럽다.


결론은 어디서부터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좋았다. 좋은 부분으로만 가득 채운 영화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만약 파라다이스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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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 다 같이 각자의 모습대로 행복할 거라고.


영화관이라는 파라다이스 안에서(실제로 극 중 극장 이름이 파라다이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 각각의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한다. 우리가 아주 조용하고 경직된 상태로 영화를 '시청'하는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 안에서는 다 함께 '관람'을 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 아이에게 젖을 주는 엄마, 다음 대사를 외울 정도로 스포를 하는 관객도 있다. 그 안에서 관객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주인공 토토도 역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관객 중 하나이다. 다만 토토는 파라다이스를 자주 드나들면서 영화를 어떻게 트는지까지 궁금해한다. 엄마의 반대로 매번 혼나면서도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하는 일을 훔쳐보고 배우고 싶어 한다. 똘똘한 토토는 우연한 계기로 알프레도의 일을 배우게 되는 계약(?)을 성사하고 알프레도와 더욱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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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 알프레도가 있겠지요.


알프레도는 어떤 존재라고 말을 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자꾸만 먹먹해지는 존재다. 사람들이 영화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쉬지 않고, 파라다이스를 지키는 사람 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토토의 인생의 대부분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그런 존재가 토토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떨어져 있는 기간마저도 토토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장면이기도 한 마지막에 무엇이 있나? 바로, 알프레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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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을 거라는 걸.

- 알고 있을 겁니다.


토토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마다 알프레도가 알려주는 것은 많지 않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말을 한다. 오랜 시간 토토를 곁에 두고 아낀 그 진심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해라,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삶은 영화와 달라. 고향에 돌아오지 말아라. 향수에 빠져선 안돼.' 등등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도 들어주고 또 말해 준다. '몸이 무거우면 발자국도 깊은 법. 사랑에 빠지면 괴로울 뿐이야. 막다른 골목이기 때문이지.'

시네마 천국에서 시작된 건지도 모를 첫사랑 클리셰의 공통분모를 모두 가진 부잣집-전학생-용모가 아름다운 엘레나를 토토는 아주 열렬히 사랑한다. 이 조건의 공통분모에서 남자 주인공은 늘 부모님의 반대라는 지점에서 사랑에 더 큰 갈증을 느끼며 순정적이고, 또한 같은 지점에서 사랑은 실패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본, 위에서도 언급 한 그 지점에서 우리는 파라다이스에는 사랑이 있을 거라는 걸,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이어질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만약 파라다이스가 있다면요.

우리는, 그곳에, 사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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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1988, 124분, 드라마, HD

감독 :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 자크 페렝, 브리지트 포시

줄거리 : 유명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인 토토(자크 페렝)는 고향 마을의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의 사망소식에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살바토레 카스치오)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마코 레오나디)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아그네즈 나노)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고 토토는 고향을 떠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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