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따라서
*문학동네 서평단이 되어 쓴 글입니다.
1858년 6월 볼로냐. 유대인 상인 모몰로 모르타라의 집에 교황청 헌병대가 들이닥쳐 여섯 살 난 아들 에드가르도를 연행한다. 그 이유는 부모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세례를 받아 기독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회법에 근거해 기독교인은 유대인 가정에서 자랄 수 없으므로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되찾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고, 이 일은 점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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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년 6월, 헌병대는 모르타라 집의 문을 두드리고 가족의 이름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불안해하고, 헌병대는 이후 아들 에드가르도를 데려간다. 순식간에 집은 "눈물과 고난의 극장"(26) 이 된다. <모르타라 납치사건은> 아들 에드가르도를 납치하는 시퀀스부터 보여준다. 개인의 자유의지와는 별개로 나라에서 가족을 파국으로 모는 무자비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교황을 둘러싼 한 시대의 불만은 이미 폭주한 상태이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자리가 불안할수록 공포로 권력을 이어가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여러차례 목격하지 않았나. 한 가정에서 시작한 비극이 이와 같은 분위기의 사회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소설은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계속 쌓아간다. 정치권 내에서의 대립,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이 소설은 방대한 페이지를 가지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화려한 문체를 가지고 있기에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를 테면, 단 네 줄의 문장으로 한 인물의 역사와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자색 대례복 차림의 비알 레프 렐라는 위압적인 인상이었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는 지성이 묻어나는 눈빛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냉정함과 늘 남을 의식해 품위를 잃지 않는 침착함이 엿보였다. 이마가 넓고 얼굴은 갸름했다. 옷차림도 철저히 신경 쓴 티가 났다. 필요할 때는 자애로운 미소를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비알 레프 렐라가 소리 내어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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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가정에서 시작한 비극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마음을 가까이할 수 있는 간절한 상황 설명도 놓치지 않는다. 아래 글들은 읽다가 눈물이 났던 구절이라 따로 메모해 놓았다. 가족들이 절대적 권력을 가진 교황에게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보내고, 에드가르도의 상황까지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아이, 가족,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회 안에서의 여러 가정들의 시점을 교차해 나가며 이야기한다. 특히 주인공 에르가르도가 헌병대에 잡혀간 순간부터 그 이후까지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글로 전하며 안타까움을 증폭시킨다.
'모몰로는, 비록 자신이 당한 일과 무섭도록 유사하다는 건 아직 알아 채지 못했지만, 또 다른 레조 지역 사례도 알고 있었다.. (중략).. 경찰이 사포리 나를 데려가고 며칠 후 레조의 유대인 공동체는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닌 아이아버지를 대신해 총독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가난 하지만 정직한 사람, 모세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지만 동시에 가톨릭교가 천명한 원칙도 충분히 존중해온 사람 아브람은 일곱 자녀를 두는 축복을 받았고 그중 첫째 아들이 이제 겨우 열 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를 상대로 좌절과 눈물을 안겨줄 심각한 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73)
'눈물 어린 증언을 언급했다. 그 여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굳이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아시는지 모르나 그 여자가 겨우 열넷 아니면 열다섯 살일 때 생후 십이 개월 내지 십사 개월 된 아기가 그 시기 흔히 앓지만 사망 위험은 없는 일종의 전염병에 걸린 것을 보고 양동이에서 우물물을 퍼다 뿌린 게 전부입니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의 중대성을 몰랐고, 그런 고로 그 행위는 가톨릭 교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99)
'에드가르도는 끌려갈 당시 흐느껴 울며 엄마 아빠와 같이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도 했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동행인에게 평소 목에 걸고 다니던 유대교 상징인 메주자를 돌려달라고 여러 번 사정했답니다.'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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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결말은 '발단-위기-전개-절정-결말'과 같은 멜로드라마적인 봉합을 느끼기보다는 당연한 것을 당연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많은 눈물이 필요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주하게 한다. 그래서 '영화 같은 이 이야기'가 실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옮겨질 다음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캐스팅이 천천히 진행중인 것 같다. 독자로서 약 600페이지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을 읽으며 온갖 감정과 생각을 마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눈으로 그려질 수 있게 글을 옮긴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한 개인과 시대를 관통하며 쓴 작가에게 다시 한번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뭐라고!)
저자 : 데이비드 I 커쳐
책 소개 :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압도적인 역사 논픽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화 결정!
교황청에 아들을 빼앗긴 유대인 가족의 운명이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미친 영향을 그린 논픽션으로, 근대 이탈리아의 문을 연 결정적인 사건을 조명한 『모르타라 납치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