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의 문장들

테리 이글턴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by 오렌지필름


정말 바쁘게 지냈다. 어쩌다 보니 주 7일을 일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책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최근 감사하게도 기회가 이어져 '작품'을 내가 본 시각으로 옮긴 글을 쓸 일들이 많았다.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것보다 내가 느낀 바, 혹은 작품이 의도한 바, 작품이 갖고 있는 특유의 힘 등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글쓰기의 괴로움. 원고를 보낸 후에 느낀 짧은 해방감과 뿌듯함.

그리고 다시 밀려오는 문장 수정의 욕구의 반복을 겪고 나니 비평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막연한 다짐을 하게 됐다. 오늘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 끝낸 행복한 월요일이기에, 보상심리로 읽고 싶은 책을 잔뜩 빌려왔다. 결국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은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글이 본인이 표현하고 있는 문학적 고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남아있었던 물음표 대부분이 이 책을 통해 느낌표의 문장으로 변해갔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 있겠다. 이전에 좋았던, 혹은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 현재의 사회적 풍토를 적용해 보았을 때 좋을 수 있는가? 에 관한 개인적인 물음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이 써 놓은 문장을 읽었다.


"문학적 고전이란 변함없는 가치를 갖기보다는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의미를 산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어떤 비평가는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서서히 타오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점진적으로 나아가면서 다양한 해석을 축적합니다. 나이 든 록 스타처럼 새로운 청중에 스스로를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고전이 언제나 인기를 누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업체처럼 그것은 문을 닫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역사적 상황에 따라서 작품은 호감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습니다. (340)"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어떤 작품을 현재의 상황에 소급해서 다시 읽는 것이 무자비한 것이 아닌가에 대해 약간은 너그러운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과거에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니까 점진적으로 해석을 쌓아갈 수 있는 일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의 변화를, 새로움을 의심하되 받아들이는 일. 변화하는 일, 동시에 변하지 않는 일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필요하지 않기도 한순간도 있겠지만) 나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은 무엇이 있는지, 또한 작품을 읽을 때 볼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테리 이글턴은 문학비평의 흐름을 읽고,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에 의해 선택할 줄도 알았다. 자신이 속한 분야의 변화의 흐름을 알고 있되, 동시에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는 것이 결국 비평가의 몫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위에 본인이 정의한 문학적 고전과 그의 글은 닮아있는 것이다.


문학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충분히 사유한 후 그에 대한 개념을 묶고 또 구분 지으며 문학을 사례로 쓴 글.


좋은 문장들을 많이 옮겨 적었는데, 생각을 조금 더 해야겠다.

다만, 오늘 옮길 수 있는 확실한 생각은 결국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토록 뻔한 문장을 쓰고 있다니!


잘하고 싶으니까, 계속하면 잘 알게 되겠지.






저자 : 테리 이글턴

저자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영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이자 이론가. 1943년 영국 샐포드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연구 교수를 거쳐 랭커스터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문학을 도구로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사회, 정치, 문화에 관한 많은 책을 펴냈다. 그는 수많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정치사상적 부침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을 때도 시대의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실존주의, 페미니즘 등 시대의 흐름을 기꺼이 끌어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이론을 넓혀왔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역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넘나들며, 문학이 인간의 삶을 목적에 휘둘리지 않게 해 주고, 우리가 삶을 더 즐기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지은 책으로 『비평과 이데올로기』 『문학이론 입문』 『미학사상』 『성자와 학자』 『성스러운 테러』 『반대자의 초상』 『이론 이후』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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