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by 오렌지필름



1

누군가를 만났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이야기.

세운상가,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끄러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d는 자연스레 말 없음을 택한다. 그래서인지 <디디의 우산>의 모든 대화는 따옴표로 묶여있지 않다. 공간과 시간과 함께 다 섞여있다. 마치 d에게는 모든 소리가 이와 같이 인식된다는 듯이.

주위의 물건이나, 사람이나 남아있는 '온기'는 어쩐지 역겹다고 느끼는 d는 dd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을 다짐해본다. 크리스마스엔 연어를 먹고, 너무 유명해서 식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더 행복해지는 노래를 듣는다. 이처럼 d에게 dd는 계속되어야 하는 말이자 세계의 전부였다.

어느날 갑자기 dd는 떠나고, d는 잠시 자신이 변했다고 착각했던, 시끄럽고 무례한 세계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말을 잃은 d는 매끄럽게 빛나는 수영장의 규칙적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월화수목금을 보내다가 우연히 오디오에 빠진다. 그리고 퍼져있던 세상의 소리를, 공간을 공간이 되게 하는 소리를 dd가 떠난 후로,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이때쯤 작가는 세운상가에서 종로를 지나 광화문으로 독자를 데려온다. 사람들은 d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d는 소리 내서 대답 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은 d가 광화문의 집회를 바라보며 맴돈 혼잣말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2

d와 dd를 제외하고는 인물들이 모두 이름이 있어서 혼자 의미를 해석하고 난리를 쳤는데 인터뷰를 읽어보니 황정은 작가가 중 장편 등등 에서 자주쓰는 이름과 이어지는 이름이라고 한다.


3

색에 대한 묘사, 장소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눈앞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장면 전환도 가능한 소설이다.


4

빈티지를 쓰는 사람들은 기계를 고친다고 안하고 '살린다'고 한다.

그 외에도 문장 하나 하나가 여러번 곱씹게 만든다.


5

그런 사람이 있다. 우연히 만났는데, 내가 가진 결함이 결함이 아니라 긍정의 요소로 만드는.

그런 사람이 떠나면, 세계는 더이상 전과 같지 않다.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계처럼


6

인터뷰를 읽다가 빵 터졌는데, 4년전에 비해 욕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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