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인재진 자라섬국제페스티벌 총감독

by 쭌이파파

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기획하기 전 인재진 총감독의 인생은 ‘찌글찌글’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행 중 우연히 핀란드의 작은 포리 섬에서 열리는 포리국제재즈페스티벌을 보았습니다.

그의 인생 2막을 열어준 이 음악 여행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음악 축제의 영감을 얻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인재진 총감독의 음악 여행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전문식


성지순례, 미슐랭 식당 여행, 미술관 여행 등 테마 여행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음악 축제를 여행 테마로 선정했을 때 꽤 매력적이고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제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었거든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3대 국가 대표 축제일 만큼 성장했습니다.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1일 예술 체험은 서구권에서는 이미 20년 이상 지속된 트렌드입니다. 음악 축제가 꼭 젊은 사람의 놀이 문화만은 아닙니다. 외국에는 50년 이상 된 음악 축제들이 많아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자연과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제게 영감을 준 음악 축제는 핀란드에서 열리는 포리국제재즈페스티벌입니다. 이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포리 섬은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포리국제재즈페스티벌은 1966년 당시에 다리도 없는 포리 섬에서 시작한 축제입니다. 사람들은 배를 타고 이 축제를 보러 왔습니다. 이 축제를 만든 사람은 당시21세의 청년 유리키 캉카스입니다. 한적한 동네를 활기차게 만들고 싶었던 청년들이 모여 만든 축제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잘자리 잡은 축제가 되었습니다. 유리키 캉카스는 몇 년 전 65세의 나이로 은퇴했습니다. 포리국제재즈페스티벌에는 재즈뿐만 아니라 스팅, 아델같은 팝스타도 옵니다. 재미난 것은 이 축제에서 분리수거를 하며 자원봉사하던 포리 섬 아이들이 문화 이벤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나중에 무대에서 직접 공연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해 돌아오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겁니다. 핀란드 여성 대통령이 무대에서 다음 뮤지션인 제임스 브라운을 소개하고, 또 그 음악에 맞춰 너무 귀엽게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런 걸 경험할수 있는 게 음악 축제입니다.


네덜란드 노테르담에서 열리는 북해재즈축제는 대형 멀티플렉스 같은 건물에서 15개의 공연이 동시에 벌어지는 도심형 축제입니다. 북해재즈 축제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음악 축제로 남아프리카, 홍콩등으로 수출되기도 합니다. 고객에게는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효율적인 축제지만, 사실 뮤지션에게는 공연이 절정에 이르면 다음 공연으로 바뀌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축제입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는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작고 귀여운 마을입니다. 인구 2만인이 작은 도시의 보덴 호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이 만나는 국경에 있습니다. 1646년부터 매해 여름이면 이 호수에서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2년 내내 같은 무대가 그대로 호수에 있는데, 작년과 올해는 <투란도트>공연을 하고 있어요. 현대 무대미술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무대 투어 시스템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으는데, 수익률이 거의 2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화 산업이 시장과 잘맞아떨어질 때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만 오는 건 아닙니다.

재즈를 전혀 모르던 50대 남성분은 “이 축제에 왔다가 석양이 지는 무대를 보면서 자연스레 아내를 꼬옥 안았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것이 음악과 분위기의 힘입니다. 그 뒤로 그 남성분은 재즈음악을 찾아 듣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규모 페스티벌은 이렇듯 사람들에게 교육 기능이 있습니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게 음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즐겁고 신나게 여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이라는 기회를 통해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ING생명 2016 <드림파이> 렉처콘서트에서 진행된 강의를 요약한내용입니다.

진행 박선영 기자 임나리 기자사진 전문식




인재진 총감독에게 여행이란?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이라는 직업은 운이 좋게도 일과 여행이 교묘하게 섞여 있어요.

내게 여행은 재즈라는 음악과 똑같습니다. 음악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는 즉흥적으로 연주하는게 특징입니다. 즉흥 음악이라는 건 무엇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예요. 여행 역시 시작과 끝은 있지만 여행 중간에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이 생길지 누구를 만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재즈와 여행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재진 총감독은 대한민국에서 비대중적인 재즈와 월드 뮤직 등의 음악 관련 일을 하는 기획자입니다. 2004년 잣나무밖에 없던 가평군에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라는 축제를 기획해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재즈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매년 20만 명의 방문객이찾아오는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인재진 총감독이 추천하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About

1945년 시작한 세계 최초의 호상 오페라 축제인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지금과 같은 호수 위의 무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된 공연을 시작한 것은 1979년부터입니다. 매년 7월이면 열리는 이 축제는 웅장한 무대장치, 아름다운 석양, 밤하늘의 별빛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기로 유명합니다. 티켓구매는 브레겐츠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www.bregenzerfestspiele.com)

Programs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상무대는 다른 축제처럼 무대를 매일 바꾸거나 이동하는 조립식이

아닙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부술 수 없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된 견고한 고정 무대입니다.

호상 무대에서는 매년한 작품만 공연하며, 2년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2015~2016년

시즌에는 지아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수상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 젊은 가수를 만날 수 있는 ‘오페라 스튜디오’와 ‘오페라 워크숍’도진행합니다.

Getting Here

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에 있지만 이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스위스의 취리히나 독일의

뮌헨을 통하는 것입니다. 브레겐츠는 뮌헨과 취리히를 잇는 국제 철도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뮌헨행 열차를 타면 약 2시간, 반대로 뮌헨에서 취리히행 열차를 타면 2~3시간 만에 브레겐츠 역에 닿습니다. 역의 2층으로 올라가 뒤편으로 이어지는 육교를 건너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멋진 축제 극장이 바로 눈앞에 나타납니다.


Area

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의 땅입니다. 동화책에 나옴직한 시골 마을처럼 조그마하고 귀엽습니다. 보덴호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이 만나는 국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덴호에서 배를 타고 나와 호수를 바라보면 주변 마을마다 각기 다른 나라의 국기를 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Stay

브레겐츠는 시골에 가까운 지역입니다. 당연히 화려한 고급 호텔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호텔이 대부분이고 시설이나 서비스는 비슷합니다. 호텔 슈바르츨러(Hotel Schwärzler)나 호텔 웨시스 크레우츠(HotelWeisses Kreuz)는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기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린다우(Lindau)에서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좋습니다.


Tip

브레겐츠는 작은 도시로 시내나 호반이 모두 걷기 좋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고산 지대라 여름에도 쌀쌀하니 옷은 항상 든든히 입는 게 좋습니다. 작은시골이라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온 식당은 없지만 린다우는 조금 다릅니다. 송어와 캐비아 요리로 유명한사체너 호프(Schachener Hof)와 와인 리스트가 훌륭한 빌리노(Villino)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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